부정맥
돌아와 방바닥에 그대로
누워본다 이 거대한
땅덩이가 비포장길
천천히 달리는
버스처럼 흔들거린다
본래 흐르는 시간이란
없는 거였다 그저 물성의
보편화 그렇게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우주가 나의
그리스도님처럼 있을 뿐
강가에 서서
멀어지는 증기선을
습관처럼 멈추어
봐야 했다 그게 뭐든
확인해 보려는 아이처럼
멈추어 세울 수 없어
사무치던 거기 어디에
사실 나는 애초부터
있지도 않았던 것을 그리도
애절어 했구나
지나는 시간이란
본래 없는 것을
그러니 분열될 일도
없었던 걸 전소되고 남은
이 피로의 정점에서조차
중첩되고 또는 날리는
사건의 낱장들은
그냥 시골버스처럼
흔들리는 지구의 자전일뿐
이젠 멀미도 나지 않아
토굴 속 짐승인 줄 알다가
내가 사람 말을 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곤
날커피 마신듯 각성되며
내 자리로 돌아왔다
광야에 혼자 늘
종처럼 스러지고 또 그렇게
다시 왕처럼 일어나던
한 종려나무 그림자에 집중,
두근거림이 겨우 잦아든다
202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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