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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학연구소/[갈릴리 밥상 공동체]

제 3 장 성서의 밥과 밥상 공동체 - 3.3.

by 농민만세 2020. 7. 19.

 

[ 제 3 장 / 3.3. JPIC 코이노니아와 밥상 공동체 ]

 

한마음교회의 지역사회 선교와 자활 밥상 공동체
LOCAL COMMUNITY MISSION OF
THE HANMAEUM CHURCH AND
THE SELF-SUPPORT BAPSANG COMMUNITY


3.3. JPIC 코이노니아와 밥상 공동체

  1990년 3월 6일~12일까지 서울에서 ‘정의ㆍ평화ㆍ창조질서의 보존(J.P.I.C. - Justice, Peace and Integrity of Creation)을 위한 제1차 JPIC 세계대회가 5일 오후 8시에 세계 1백여 국가의 교회지도자 1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되었다. 이 대회는 세계교회협의회(WCC)가 주최하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주관하였는데 ①제3세계의 외채 문제 등 정의, ②군비경쟁 핵 위협 문제 등 평화, ③환경오염 등으로 인하여 파괴되는 창조질서에 대한 문제 등에 관하여 세계 기독교의 대응 방향이 논의된 모임이었다.219)

3.3.1. JPIC 세계대회의 배경

  박종화 목사에 의하면220), JPIC 세계대회는 세계교회협의회(WCC)를 중심으로 하는 공동체적 교회 일치 운동과 이 협의회의 한 중요한 부서인 ‘신앙과 직제 위원회’가 주도해 왔다.

  이 위원회의 두 가지의 업적은 우선 제5차 WCC총회(1975/나이로비)에서 공식적으로 채택한 ‘협의체적 공동체로서의 교회 일치 모델 연구’였고 이는 지역에서의 선교와 봉사 공동체로서의 교회 일치를 강조하는 것이었으며, 또 하나는 50여 년에 가까운 연구와 협의 과정을 거쳐 ‘리마 문서’라 부르는 「세례, 성만찬 사역」이라는 합의 문서를 1982년에 채택한 일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공동체적 일치의 ‘삶’을 중심으로 하는 운동은 크게 두 갈래로 진척되어 왔는데 하나는 선교 운동으로 1910년에 출범한 국제선교협의회(IMC)는 후에 WCC의 산하 기구인 ‘세계선교와 전도위원회’(CWME)로 개편되면서 선교를 기본적으로 ‘하느님의 선교’(Missio Dei)라고 공동으로 고백하는 쾌거를 이룬 것이었다. 이는 곧 선교란 하느님께서 세계를 구원하기 위하여 베푸는 일이라는 것, 다시 말해서 하느님이 이루는 세계와의 코이노니아를 달리 표현한 것이라고 고백한 것이다.

  또 하나의 갈래는 ‘교리는 갈라졌으나 봉사는 하나 되게 한다.’는 기치로 1925년 스톡홀름에서 출범한 ‘생활과 봉사’(Life and Work)가 이끌어 온 운동으로, 초창기의 ‘책임 사회론’에서 출발하여 1970년대에 이르러서는 비록 비공식적 제안이었지만 “정의롭고, 참여 지향적이며, 생존 가능한 사회를 위한 봉사”를 교회의 대 사회적 책임으로 설정하였고, 이것이 다시 발전하여 1983년 WCC 제6차 벤쿠버 총회를 계기로 하여 ‘정의ㆍ평화ㆍ창조 질서의 보전’(JPIC)이라는 공동의 신앙 고백적 결단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이러한 JPIC 세계대회가 1990년 서울에서 치러진 것이다. 그런데 서울대회에 앞서서 개최된 ‘유럽지역 JPIC 대회 보고서’에서는 정의ㆍ평화ㆍ창조 질서의 보전이라는 세 분야에 따른 행동적 ‘결단의 기준’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정의의 기준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이어야 하며, 이에 따라 교회는 ‘회개하는 공동체’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평화의 기준은 ‘비폭력과 평화를 위한 우선적 선택’이어야 하며, 따라서 교회는 ‘샬롬’을 하느님이 주는 선물이자 과제로 알아 지역 단위별로 그리고 세계적 차원에서 공동으로 평화 연대를 만들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창조질서 보전의 기준은 ‘생명체의 보호와 육성을 위한 우선적 선택’이어야 하며, 따라서 교회는 하느님이 이루는 ‘계약의 갱신’에 동참함과 아울러 지역별, 세계적 차원에서 교회들 상호 간에 계약 갱신적 연대를 행동을 펼쳐야 가능한 것이다.”221)

3.3.2. JPIC 세계대회의 선언

  서울에서 모인 최초의 JPIC 세계대회는 다음과 같은 10개 항에 이르는 일종의 ‘에큐메니칼 사회 신조’ 내지는 ‘신앙 고백적 선언’을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222)

① 모든 권력의 행사는 하느님 앞에서 책임을 져야 함을 고백하며,
② 가난한 사람들을 하느님이 먼저 선택하심을 고백하며,
③ 모든 인종과 족속이 동등함을 고백하며,
④ 남성과 여성은 하느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평등한 피조물임을 고백하며,
⑤ 진리는 자유함을 입은 사람들의 공동체 형성의 바탕임을 고백하며,
⑥ 예수 그리스도가 평화의 주님이심을 고백하며,
⑦ 모든 피조물이 하느님께 사랑받는 존재임을 고백하며,
⑧ 땅이 주님께 속함을 고백하며,
⑨ 후속 세대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도와야 함을 고백하며,
⑩ 인권은 하느님께 받은 것임을 고백한다.

  그리고 JPIC서울대회가 채택한 실천 강령은 크게 네 분야로 나누어져 있다. 그것은 첫째, 정의로운 경제 질서 확립과 특히 제3세계가 외채의 속박에서 해방받게 하기 위하여; ① 민중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경제 정책 수행이 이루어지도록 하며, ② 근로 조건, 임금 등에서 성, 인종, 신분 차별을 없애도록 하며, ③ 교회 스스로의 재산을 청지기적 원칙에서 관리하며, ④ 동시에 기존의 에큐메니칼 개발 협력 금고(EDCDS)에 대한 교회의 투자를 향후 5년간 기존 대비 50% 인상하여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며, ⑤ 외채 속박을 구조화시키는 국제 금융 질서의 개편을 위한 연구와 함께 그 해소 방안을 모색하며, ⑥ 동시에 외채 탕감을 위한 일종의 ‘희년 운동’에 교회가 적극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진정한 안보, 국제 관계의 비군사화, 비폭력 문화의 창달을 위하여; ① 전쟁이든 여하한 형태의 억압이든 군사력 동원을 더 이상 신학적으로나 신앙적으로 정당화해 주는 일을 중단할 것이며, ② 정의를 공간으로 하는 공동 안보 체제를 만드는 일에 앞장서며, ③ 군산복합체의 궁극적 폐쇄와 무기 매매를 저지하며, ④ 핵무기 및 희생 무기의 궁극적 폐기와 동시에 재래식 무기의 감축 운동에 나서며, ⑤ 교육, 가정, 학교, 직장 및 언론 매체 전반에 걸쳐 폭력 문화를 배격하고 비폭력 평화를 구체적 정책과 실천 계획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지구와 전체의 보전과 생명 문화의 고양을 위하여; ① 생명과 창조의 영성을 신학과 실천의 양면에서 계발하며, ② 소비문화의 불식과 환경 파괴 근절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며, ③ 석유, 가스, 석탄 등에 대한 환경 보호적 대체 에너지 개발에 전력하며, ④ 개인 교통수단에서 대중교통수단으로서의 교통 체제 변화를 주며, ⑤ 인간과 환경의 공동체적 삶을 생활화하는 방안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넷째는 인종 차별의 근절과 인권 신장을 위하여; ① 인종 차별은 근본적으로 하느님의 창조질서에 대한 반역죄이며, ② 어떤 이유로도 인권 유린은 정당화될 수 없기에 교회 스스로가 우선적으로 인종 평등과 인권 신장의 구심체가 되어야 하며, ③ 민족 차별주의, 카스트 제도, 계급 차별주의, 군국주의, 구조적 빈곤, 환경 파괴 등에 대항하는 연대 운동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223)


3.3.3. JPIC의 선언과 실천

  서광선 교수는 JPIC 세계대회의 목적과 신학적 선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내용이 길지만 그대로 인용해 둔다.

  “이번 세계대회는 정의의 문제로서 세계적인 빈부의 격차문제를 제기하고 특히 제3세계의 부채문제를 제기하였다. (...) 제3세계가 걸머지고 있는 부채액은 현재 1천 500조에 달하고 있으며 매달 7.5조가 증가하고 있는 형편이다. 세계 한쪽에서는 배불리 먹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또 다른 한쪽에서는 매시간(시간당) 1천 500명의 아이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다. 정의의 문제로서 제기된 것은 인권 유린의 문제이며, 여성차별의 문제와 인종 차별의 문제가 심각한 세계적인 문제로 부각 되었다. 이번 세계대회는 우리 시대를 폭력의 시대로 규정하면서 전쟁과 평화의 문제를 제기한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오늘날까지의 시대를 아직도 전쟁의 시대로 규정하면서, 1945년 종전 이후 100여 회 이상의 전쟁을 치렀고 ‘저강도 전쟁’이 자행되고 군비경쟁과 핵무기 개발과 무기판매가 계속되고 있다. 매분 당 1백 80만 불의 군사비가 세계적으로 지출되고 있는 형편이며, 제3세계의 군사화 추세는 더욱 심각한 문제로 부각 된다. 이번 대회의 세 번째 문제는 역시 창조질서 보존의 문제였다. 매일 적어도 한 가지의 종자가 멸종하고 있으며 매년 한국의 3/4정도 넓이의 열대 산림이 죽어가고 있고, 환경오염 문제는 인간 생명 그 자체를 위협하고 있으며 지구 생태 그 자체를 파괴하고 있다.”224)

  그리고 박종화 목사는 ‘한반도 상황에서 가능한 JPIC적 코이노니아’를 “민족 통일의 틀과 통일 지향의 삶, 지역 연합 교회를 통한 지방화-세계화의 실현, 교회 상호 간의 나눔의 공동체 실현”225) 등으로 제안하면서, 특히 성만찬의 샬롬적 의미를 이렇게 말한다. 

  “성만찬적 나눔의 공동체가 나누는 떡과 포도주는 오늘의 현실에서 무엇을 뜻하는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인간과 세계 구원의 대속 제물이고 동시에 하느님이 베푸는 은혜라 한다면, 그것은 우리의 주제와 관련해서 볼 때 하느님의 ‘샬롬’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포괄적인 의미로 해석하는 JPIC를 담은 ‘샬롬의 은혜’라는 말이다.”226)

3.3.4. 코이노니아와 밥상

  특히 박종화 목사는 ‘JPIC를 실천하는 삶으로서의 코이노니아’(koinonia, κοινωνια : 사귐, 교제, 친교, 통교)는 기본적으로 삼위일체 하느님의 삶의 방식이라고 말한다. 성부가 성자 안에 성자가 성부 안에 계시듯, 세계와 인류가 성부와 성자 안에서 있게 되기를 바라는 예수의 기도(요 17,21) 속에 잘 나타나 있다. 여기서 서로가 서로 안에 산다는 삶의 양식이 바로 코이노니아이며, 성부와 성자의 이러한 코이노니아는 성령 안에서 이루어지고, 그 구체적 현장을 우리는 십자가와 부활의 사건을 통하여 경험한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바로 하느님이 베푸는 인류와 세계와의 코이노니아(=구속과 새 창조)이고, 따라서 구원받은 인류와 세계는 스스로들 사이에서도 코이노니아적 삶을 살도록 축복과 과제를 동시에 부여받은 것이다. 하느님은 이러한 코이노니아적 연대를 구약에서 노아, 아브라함, 모세 및 선지자들과의 ‘계약’을 통하여 구현하였는데 신약에 와서는 이 계약을 그리스도 사건을 통하여 성취하였고, 여기서 우리가 받은 구원은 내용상으로 ‘평화’(골 1,19-20; 요 14,27; 엡 2,14; 6,15; 롬 5,1)이고, ‘공의’(마 6,33)이며, ‘새 창조’(고후 5,17; 갈 3,28; 8,15)이고, ‘평화-정의-기쁨인 하느님의 나라’(롬 14,17)이다. 그리고 이처럼 JPIC는 단순히 윤리적 과제만이 아니라, 구원의 은사요 동시에 하느님이 베푸시는 계약의 내용이라고 한다.227)

  “‘정의ㆍ평화ㆍ창조질서의 보전’은 이처럼 단순히 윤리적 실천 과제로 치부될 것이 아니다. 그것은 동시에 교회라는 ‘그리스도의 공동체-그리스도인들의 공동체’의 구성 요체이며 삶의 내용이다. JPIC적 윤리와 JPIC적 교회론의 합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JPIC 신학은 이 두 가지 측면을 신학적으로 검토하고 실천 방안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우리는 바로 오늘과 내일의 한반도 상황에서 우리 교회가 어떤 틀의 교회가 되어야 하며, 동시에 어떤 과제를 수행하는 교회가 되어야 하는가를 신학적 실천적 과제로 삼아 해법을 찾아야 하는 공동의 사명을 지니고 있다.”228)

  이처럼 JPIC는 한마음교회가 듣고 응답을 해야 하는 하느님의 요청이기도 하다. 또한 한마음교회가 우리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이유이므로 우리가 예수 공동체를 이루어 함께 살아가야 하는 방향과 가치에 대한 궁극적인 이정표로 삼아,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실천들을 우리의 현장에서 찾아내고 실천해 나아가야 한다. 그 방향의 근간이 되어주는 것은 위에 언급된 바와 같이 ‘코이노니아 공동체가 나누는 성만찬과 성만찬적 실천들’이다. 이는 물론 한마음교회가 앞으로 지속적으로 지역사회와 세상을 향하여 차려내야 하는 정의ㆍ평화ㆍ생명의 밥상이며, 그것은 먼저 안으로 우리 자신들을 변화시키며 밖으로 우리의 마을을 더욱 사람들이 모여 살만한, 삶의 맛을 내는 소금이 되어야 하는 한마음교회의 기본적 선교 지침이기도 하다.



========= 각주

119) 「한겨레 신문」, 1990년 3월 6일자 기사.

220) 박종화, “JPIC의 코이노니아 운동의 실천”, 『기독교 사상 38(12)』 서울:대한기독교서회, 1994, 32-34 참고.

221) 앞의 논문, 36.

222) 앞의 논문, 35-36.

223) 앞의 논문, 36-37 참고.

224) 서광선, “정의, 평화, 창조의 보전(JPIC) 세계대회와 한국교회의 선교과제”, 『한국기독교신학논총 7(1)』 (서울:한국기독교학회, 1990), 270-271.

225) 앞의 논문, 38-39 참고.

226) 앞의 논문, 40.

227) 박종화, 앞의 논문, 35 참고.

228) 앞의 논문, 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