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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리 칼럼]

[한마음 칼럼] 나는 왜 농목으로 사는가? 46

by 농민만세 2020. 8. 8.

 

한마음 칼럼 : “농목으로 사는 이유”
 
교회당을 이전한 뒤 교회 이름을 바꾸었다. 지난 40여 년, 지긋지긋했던 ‘남면교회’의 흔적을 좀 지워보자고 제안했다. 장로님들과 교인들께서 한마음으로 동의하여 좋은 이름을 찾기 위해 몇 달 동안 기도하며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그리고 대여섯 후보 중 다른 의견이 없이 ‘한마음교회’로 정하고 노회의 허락을 받았다. <한마음>은 다음 같은 뜻이 담겨 있다. ①예수님처럼 하나의 마음(The One of Spirit)으로 하늘 뜻을 공경하는 교회 공동체(예배) ②예수님과 같은 마음(Identical Spirit)으로 살아가는 교회 공동체(신앙의 삶) ③예수님의 큰마음(Great Spirit)으로 세상과 마을을 품는 교회 공동체(선교).
 
교회당이 대로변 면사무소 근처에 있어서 많은 사람이 공사 자재가 쌓여있는 교회당 앞을 오갔지만, 단 한 건의 민원도 발생하지 않았다. 하루 공사를 마칠 때마다 아무리 늦은 시간이라도 매일 뒷정리를 하고 청소했다. 그래도 주민들은 많은 불편을 겪었을 텐데 다들 격려와 덕담을 해 주셨다. 우리는 감사한 마음을 담아 현수막을 크게 만들어 걸었다. 그리고 교회당 입당식 겸 마을 잔치를 열었다. 주민들과 지역 기관장들이 250명 넘게 참여하여 많은 축하를 해 주었다.
 
그중에는 기억에 남은 몇 가지 이야기가 있다.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을 역임하고 은퇴하신 분들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동안, 이 교회가 자기만 잘되려고 하지 않고 우리 마을의 발전에 힘을 써온 것 우리가 다 압니다. 고맙습니다!” 입당식에 축사를 해 주신 어느 기관장의 말씀도 기억에 남아 있다. “요즘 교회들이 십자가를 너무 높고 크게 세워 자기 과시와 위압감을 주던 데요, 누가 봐도 이렇게 겸손하게 세운 게 인상적입니다! 우리 지역사회에 대한 목사님과 이 교회의 마음 자세를 그대로 보여주는 거라고 봅니다.”
 
그리고 잔치에 참여한 마을 어르신들에게 공통으로 가장 많이 들은 인사는 따로 있다. “이렇게 우리 주민들을 배려해 주는 목사님과 교회의 마음이 각별하네요!” 이전에 마을 경로잔치를 열 때 우리는 사실 ‘약주’를 상에 놓을 줄 몰랐었다. 그런데 언젠가 어떤 어르신이 ‘다 좋은데, 그 하나가 빠져서 쬐끔 서운합니다~’하셨었다. 먼 길 마다하지 않고 잔치에 왔는데, 약주가 없으니 몹시 서운하셨던 것이었다. 왜 그 생각을 아예 할 줄도 몰랐던 것인지.
 
그래서 이번에는 회개하고 약주를 종류별로 골고루 놓아드렸더니 이구동성으로 하신 인사였다. 나중에 보니 별로 많이 드시지도 않았던 걸 보아, ‘반주(飯酒)로 한 잔씩 드신 것이었다. 교회가 자칫 흉이 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당신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배려해 주니 그게 그렇게도 고맙다는 말씀이었다.
 
그렇게 교회당 이전이라는 엄청난 일을 마무리한 뒤, 그다음 해까지 나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이제는 이 건물을 어떻게 하늘 영광을 위해 잘 사용해야 하나, 하는 짐만 더 무거워졌다.  /계속 (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