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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리 칼럼]

[諫諍·封駁] 수서교회, 교회 자립을 위한 '수익사업' 공모?

by 농민만세 2020. 8. 10.

[ 간쟁(諫諍)과 봉박(封駁) ] - 노회 홈페이지 게시

 

제목 : 수서교회, 교회자립을 위한 '수익사업' 공모?

요즘 교계 신문에서 보도한 기사를 하나 보았다. 서울 수서교회라는 데서 소위 미자립교회들을 대상으로 3년간 총 1억 원을 지원하는 자립사업을 공모한다는 것이다. 다들 어렵다는데 매우 가상하나 실제로는 생색내기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일의 속 사정을 모르는 이들은 대단한 일을 하는 것으로 여길 테지만, 이런 일로 오히려 어디에든 솟아날 길을 찾고 있는 전국의 미자립교회과 목회자들은 필요 없는 좌절을 다시 겪을 것이 분명하니 하지 않느니만 못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사의 내용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한국 자립대상교회 자립을 위한 수익사업 공모’ - 건강한 교회로의 자립을 위한 ‘맞춤형 수익사업’을 발굴·지원해 지속 가능한 복음사역의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고, 한국교회의 생태계 복원을 목적으로 한다.

이번 공모를 통해 수서교회는 선정되는 한 교회에 3년간 최대 1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응모자격: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소속의 자립대상교회로, 노회장의 추천을 받은 자립대상교회이며, 응모 시 개인 자격이 아니라 교회 단위로 가능하다.

지역네트워크 사업형으로 여러 교회가 응모할 경우 참여하는 각 교회가 모두 응모 자격을 갖춰야 하며, 사업의 대표 교회 이름으로 응모가 가능하다. 응모자는 신청서와 함께 교회 혹은 목회자가 주도하는 수익사업의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된다.

제출하는 사업계획서에는 △교회와 지역사회의 현황 △대표자 및 교회 소개, 사업 관련 경험 및 자원 역량 △사업 관련 사항(내용, 목표, 예산, 수익구조) △지역사회와의 연계성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접수는 오는 9월23일부터 29일까지다.

1차 서류심사로 10개 팀을 선정 - 11월 3일 발표, 프레젠테이션 심사로 다시 3개 팀을 선정 - 면담을 통해 12월 25일 최종 결과를 발표한다는 것이다. 주최자 입장에서야 이 정도 요구는 당연하겠지만, 이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건지 살펴보자.

첫째, 목회자와 목회자 부인 이외에는 인적 자원이 거의 없기 때문에 미자립교회인데, 3년간 1억 예산을 투입할 사업 계획을 그런 사업 계획을 도대체 누가 할 수 있다는 건가? 그러니 이는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생색내기 사업이 아닐 수 없다.

둘째, 그것이 ‘수익사업’이고 더구나 ‘지속 가능한 수익사업’이라면서, 그런 수익사업을 하려고 전적으로 달려드는 이들도 대부분 실패하고 빚더미에 앉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과연 그런 일을 정말로 목회자 또는 목회자 부부가 추진할 수 있다고?

셋째, 정부 또는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수많은 지원금 공모사업에 사업계획서 한 번이라도 작성해 본 적이 거의 없을 목회자들이 그런 계획서를 제출할 수 있다고 보는 건가? 도대체 이런 식의 비현실적인 기획을 하는 자는 누구인지 궁금하다.

나는 4년 전, 정부에서 진행하는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에 충남 15개 창업팀의 하나로 선정되었었다. 요구하는 수준의 사업계획서 작성으로 거의 한 달 동안 날밤을 새웠고, 교육과 현장 코칭에 임하느라 수개월을 피를 말리며 보낸 적이 있다.

창업 경영 재무 회계 등 낯선 용어들을 공부하는 것만으로 뱃멀미 같은 게 느껴질 정도였다. 나는 하였지만 다른 이들은 못한다는 게 아니다. 교파 초월 전국의 모든 목회자 중에 이런 일을 추진할 수 있는 이가 과연 몇 명이나 있겠냐는 말이다.

넷째, 그것을 심사할 역량들은 있다는 말인가? 그럴 정도의 전문가를 찾아내기도 결단코 쉽지 않을 것이다. 마을기업 응모나 창업에 목숨 건 이들이 전문가들에게 적잖은 비용을 내면서 창업과 사업계획서 컨설팅을 받아도 어렵다는 걸 모르는가?

이러니 변죽만 요란한 생색내기 사업이 될 우려가 뻔하다는 말이다. 차라리, 선교적 목회에 진짜로 투신할 소명이 있는 목회자들을 모아서 교회의 복음적 가치와 연계될 여지가 많은 사회적 경제에 관련된 실질적인 창업 컨설팅을 해 주는 게 낫다.

3년 동안 사업 컨설팅 또는 코칭을 할 계획은 있는 걸까? 더구나 목회자이니 아마 창업 예비자 마인드 교육 훈련만으로도 1년은 족히 걸릴 것이다. 이 정도는 되어야 그나마 조금은 실효성 있는 사업이라는 걸 정말 모르고 이런 기획을 한 걸까?

각종 창업지원센터의 전문가에게 최소한의 문의는 하고 과연 기획한 것일까? 어째서 기독교 관련 이런 일들은 이리도 비현실적이고 뜬구름 잡는 것들일까? 혹시 그게 지금껏 한국교회가 열광해 온 ‘믿음 만능’ ‘기도 만능주의’ 때문이 아닐까? (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