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음 칼럼 : “농목으로 사는 이유”
약속한 날 이른 새벽, 대형 트럭에 공사 장비와 자재를 싣고 도착했을 때 부슬비가 내리고 있어서 포장을 덮고 있었고, 온갖 많은 일에 휘둘리느라 사전 확인을 하지 못했다.
오후 늦게 올려다보니 옥상에 철재 구조물을 고정하느라 용접 중이었다. 올라가 옥상의 문을 여니 그 장로가 조금 놀란 얼굴로 나를 가로막고 서서 자꾸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게 수상쩍었다. 자신이 하느님의 이적을 체험한 게 한둘이 아니라고 했다. 더 이상한 생각이 들어 밀치고 보니, 올려놓은 철골 자재는 녹이 잔뜩 슨 중고 자재였고 외부에 붙이는 금색 함석은 한눈에 보아도 도금이 금방 벗겨지는 것이었다.
당장 공사를 중지시켰다. 그리고 용접하고 있는 철재를 다 뜯어내게 하였다. 그러자 그 장로는 입에 거품을 물고 막말을 쏟아놓아 놓는 것이 아닌가. 적반하장이었다. “장로님이 평생 교회당 십자가 첨탑 공사를 하면서 하느님 이적을 그렇게 많이 체험하고 축복을 많이 받았다고 했지요? 그런데 이게 뭡니까? 그 누가 이걸 용인하겠습니까?” “이대로 공사 진행하면, 공사비 한 푼도 못 드립니다! 내 돈도 아니고 어려운 교우님들이 주님께 바친 헌금인 거 아시잖습니까?”
그러자 그는 일하고 있는 목수들과 동네 사람들 다 들으라는 듯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내 평생 전국에 십자가 탑 공사를 했어도, 이런 목사님은 첨 보네! 공사비를 한 푼도 못 준다네! 억울해서 고소해야겠네~!” 이러지만 않았어도 그냥 공사나 다시 제대로 하게 했을 것이었는데, 하느님 은혜를 빙자하면서 그동안 어려운 교회들과 순진한 목회자들을 얼마나 속였을까 싶었다.
“그러게, 이렇게 벌겋게 녹슨 중고 자재를 몰래 올려놓고 공사를 해요? 함석으로 덮어놓으면 보이지 않는다고? 다른 데서도 이렇게 공사했나요? 내가 사진 다 찍어놓았으니, 알아서 하세요!” “더구나 우리가 원하지도 않은 교회 간판과 십자가를 저렇게 허술하게 일방적으로 만들어 와서, 다짜고짜 벽에 고정시키려고요? 그래 놓고 그 간판값은 따로 달라고요? 대놓고 말도 못 할 줄 알았습니까? 나는 그런 목사 아닙니다!”
결국, 다 뜯어내고 제대로 된 자재를 다시 가져다 하느라 공사가 늦어졌다. 하지만 내내 아쉬웠다. 처음에 그려준 도면대로 되지도 않았고, 첨탑의 외부 모양이 너무 평범했다. 그나마 공사 내내 옆에 붙어서서 용접을 두세 번씩 더 하게 했다. 이 과정을 다 지켜본 목수들이 말했다. “그 양반, 교회 장로 맞나요?” “예, 작년에는 목사도 되었다고 하던걸요?!” “우리가 봐도 이건 아니다 싶네요. 외벽을 방수 방화 공사하는 김에 십자가 탑도 방부목으로 좀 멋지게 덧대서 만들 수 있는데요.” 그래서 목수들에게 이리저리 그림을 그려주자, 한나절 만에 금방 보기 좋고 튼튼하게 보완해 주었다.
본래 제 스스로 독실한 기독교인이라고 자기자랑, 자기선전 하는 자들이 가장 못 믿을 자들인 법이다. /계속 (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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