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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농민칼럼] 11월 11일 농업인의 날, 개나 줘버려
11월 11일 농업인의 날이 다가온다.
얼마나 알고 있을까? 얼마나 기다리고 있을까? 아마도 롯데제과의 과자 하나만도 못하지 않을까 싶다. 왜 이런 일이 계속되고 있을까? 왜 이런 일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무덤덤하게 지나고 있을까?
농민과 처지가 비슷한 노동자 이야기로 시작해보자. 다 아는 것처럼 노동자의 날은 5월 1일이다. 정부는 근로자의 날로 정하고 있고 노동자는 노동절이라 한다.
1889년 5월 1일 파리에서 열린 제2인터내셔널 창립대회에서 1886년 5월 1일 8시간 노동을 위해 투쟁한 미국 노동자들의 정신을 기념하기 위해 메이데이(Mayday)를 선언함으로써 자리매김 됐다.
우리나라의 노동자도 일제 식민지 시대인 1923년부터 세계 노동자들과 함께 노동절 행사를 열어왔다. 그런데 해방 이후 이승만은 공산주의 세력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대한노총(총재 이승만) 창립일인 3월 10일로 바꿨고, 1963년 박정희는 아예 이름마저도 ‘근로자의 날’로 바꿨다.
노동자를 자신들의 충성스런 근로자로 만들고자 했던 독재권력이 수명을 다하고, 노동자들이 이 사회의 당당한 주인공으로 나서면서 노동자의 날도 다시금 자리를 잡아갔다.
드디어 1994년에 근로자의 날이 5월 1일로 지정됐고 지금은 노동절이라는 노동자의 본래 이름을 찾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노동자의 날 그 자체가 노동의 투쟁과 역사, 그리고 노동자의 사회적 지위를 그대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농업인의 날에 관한 유래는 국가기록원에서 찾을 수 있다.
일제시대에는 6월 14일이 ‘권농일’로 제정됐고, 해방 이후에는 일제 잔재 청산 차원에서 6월 15일로 바꾸고 ‘농민의 날’로 부르게 됐다. 이후 명칭과 날짜가 바뀌다가 1996년에 권농의 날을 폐지하고 11월 11일을 국가기념일인 ‘농어업인의 날’로 지정했고, 1997년에는 ‘농업인의 날’로 변경돼 지금까지 오고 있다.
11월 11일로 정하게 된 이유는 농민을 흙과 동일시하면서 ‘흙 토(土)’자를 날짜와 연관시켰기 때문이다. 11은 한자 십(十)과 일(一)이며 이를 합치면 흙을 뜻하는 토(土)가 되고 토 자가 겹치는 ‘土月土日’이 11월 11일이라는 것이다.
이 무슨 해괴망측한 ‘글자놀음’이고 ‘탁상공론’이란 말인가? 사실이 이러하니 농업인의 날에는 감동도 없고 의미도 없다. 사실이 이러하니 11을 단숨에 상징하는 빼빼로데이보다 못한 날이 된 것이다.
농민절 제정은 농민의 사회적 지위와 정체성 차원에서 중대한 과제이다.
권농이니 농업인이니 하면서 일만 하는 존재로 취급하고, 농업인의 날이라 하면서 농민들 위에 정치인, 고위관료 모셔놓고 그들 낯 세우는 그런 기념일은 이제 개나 줘야 한다.
생명의 근원, 세상의 주인인 농민이 역사와 사회적 존재로 눈부시게 부활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동학농민혁명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농민절은 마땅히 동학농민혁명 기간 중 가장 의미 있는 날이어야 한다.
무장기포일(4월 25일)도 좋고, 황토현 전승일(5월 11일)도 좋고, 아니면 전봉준 장군 처형일(4월 24일)은 더 큰 울림이 있다. 이는 오직 농민 스스로 결정하고 완성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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