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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 근 시인
내가 얼마나 잘 나가는 시인이었는지 잘 모르시는 것 같다. 두 번째 시집은 나오자마자 일주일만에 3쇄 7천부를 찍었다. 그런데, 별안간 H일보 H기자가 막 거짓말을 해대기 시작했다. 내가, 즤들 문화부에 전화해서 "기사 왜 안 써주냐"고 갑질을 했다는 것이었다.
이거 개코미디 아닌가? H일보? 내가 왜? 처음부터 거짓말이었다. 그 여자 기자는 그 당시 여러 문인을 잡아먹었는데 결국 나중에 약 5천만원쯤의 소송에 지기도 했다. 아주 악의에 찬 (인터넷) 기사를 보고서 나는 경악했다. 심지어 나는 코미디의 한 배우처럼, 그럼 내 시집이 "여혐"이라는 건가?라고 어이없이, 순진하게 물었다.
그랬더니,
온갖 개쓰레기 메뚜기떼들이 몰려왔다. "류근이 시인 최초로 여혐을 자인했다"는 것이었다. 여혐? 하루에 약 2만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거기엔 "류근의 시를 읽지는 않았지만"이라는 전제로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는 유명 평론가와 무명 시인의 댓글도 섞여 있었다. 도대체, 시를 읽지도 않고서, 그것도 내가 "여혐이냐?"라고 물었더니 덥썩, (읽지 않았다는 전제로) 무조건 반성하고 성찰하라는 용감무쌍.
그래서 나는 아조 유명한 "여혐 시인"이 되어 버렸다. 연애시인이 "여자를 대상화했다"는 것이었다. "여자를 방석처럼 깔고" 앉았다고 그 여자 기자가 주장했다. 내 연애는 그럼 무조건 좌식인가? 내가 그녀를 기립하자고 하지 않아서 여혐? 아직 "기레기"라는 낱말이 공식화되기 직전이었다. 누구든 먹잇감이 필요할 때였을까.
지금도 자칭 페미라는 사람들이 이 시를 류근의 대표적 여혐시라고 주장한다. "여자를 버렸으니까 여혐"이란다. 나는 참, 행복해서 돌아버리실 거 같다. 그래서 내가 시인 자퇴한 것의 바탕엔 이런 개무식과 개무지의 폭력이 작용하고 있다. 이게 여혐시라고?
낱말 하나 사전
/ 류근
내가 버린 한 여자
가진 게 사전 한 권밖에 없고
그 안에 내 이름 하나밖에 없어서
그것만으론 세상의 자물쇠가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가르쳐줄 수조차 없었던,
말도 아니고 몸도 아닌 한 눈빛으로만
저물도록 버려
버릴 수밖에 없었던 한 여자
어머니,
- 류근, "어떻게든 이별",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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