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농민신학연구소/[농촌 농업 기후]

[책] 치유자 식물 / 식물은 지금도 듣고 있다 / 네덜란드 케어팜을 가다

by 농민만세 2021. 7. 8.

치유자 식물(팸 몽고메리. 박준식 옮김. 샨티. 2015. 1만8000원)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2212

/ 한국농어민신문 

식물 세계의 신비는 농사의 바탕

전희식/농부. 마음치유농장 대표


농부는 늘 식물의 신성성에 접속
인간 생존에 가장 근본적인 건
야생의 자연과 연결돼야 한다는 점


농사짓는 일은 먹거리 산업 종사자라고만 할 수 없고, 성직에 몸담은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농부가 곧 성직자라는 얘긴데 생뚱맞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나라 농업과 농민 처지를 생각하면 말이다.

이 책 <치유자 식물>을 읽다 보면 농작물을 다루는 농부는 식물의 신성성에 늘 접속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동물도 아니고 식물의 신성성 말이다.

우리가 밥을 먹기에 앞서 건성으로 하는 기도에서 햇볕과 바람과 농부에 감사한다고 하는데 여기까지다. 이 막연한 기도문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다. 농사는 밥상 정도를 제공하는 것으로만 이해된다.

이 책은 그렇지 않음을 다양하게 펼쳐 보인다. 숨 쉬는 것을 멈추면 인간은 살 수 없는데 그 산소를 만드는 일을 식물이 한다는 점을 떠올리면 식물은 우리 생명 그 자체임을 알 수 있다.

한창 구제역으로 난리를 치던 2011년 초에 나는 <한국농어민신문>에 ‘식물복지 농업’을 제창했는데 이 책은 식물은 복지의 대상이 아니라 사람을 치유하고 근원으로 돌아가게 하는 영혼을 가진 존재라고 설파한다. 병 든 사람의 삶을 고치고 세계에 대한 인식을 바꾸며 관계하는 방식까지 회복시킨다는 주장을 한다.

책 73쪽에는 “…(식물은) 환경의 다양한 교란을 완화하고 통제하기 위해 명확한 행동을 취하는 존재…”라면서 “행동 면에서 동물만큼 정교하지만 수천 배 느린 속도로 기능하기 때문에 그 잠재력이 무시”되어 왔다고 한다.

책 앞부분에 집중적으로 편성된 천연색 식물들 사진을 보면 전형적인 프랙탈 구조임을 볼 수 있다. 연속적인 나선형 구조와 사방 연속 절대 대칭 구조이다. 동물 상도 있고 이집트 파라오 상도 있다. 식물 속에 어려 있는 동물과 인간, 고대 조형물을 본다는 것은 홀로그램 우주의 실상을 접하는 순간이 된다.

제2장 12절인 ‘과거 치유를 통한 미래 바꾸기’ 부분은 인간 질병의 뿌리가 어디에 연결되어 있으며 식물 영혼이 질병을 치유하는 작동원리를 정교하게 설명하고 있다. 지구 생명체의 99%를 차지하는 식물이 지구 시스템을 얼마나 역동적으로 작동시키는지 보여준다.

샤먼이나 영매로 불리는 채널러들이 죽은 사람이나 신과 연결하여 메시지를 주고받는다는 것은 들었으나 식물치유사(허버리스트 herbalist)가 식물 영혼과 교감한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모든 동식물을 돈이 되는 것과 돈벌이를 방해하는 것으로만 구분하는 현대 농법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인간 생존에 가장 근본적인 것이 무엇인지 이 책은 생각하게 한다. 야생의 자연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인 몽고메리는 치유 받기 위해 식물에 의지했던 사람들의 내면에 들어와 있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탐구 해 나가는 과정을 이 책에 기록했다고 한다. 식물 치유를 받은 사람들의 내면세계가 어떻게 변했는지가 이 책에 가득 담겨 있다.
 

같이 보면 좋은 책

 


식물은 지금도 듣고 있다(이완주. 들녘. 2008년. 1만원)

“모자이크병에 걸린 담배 잎은 정상보다 온도가 섭씨 0.3~0.4도 높아진다고 한다. 병균이 몸 안에 들어오면 잎 뒷면의 기공을 닫아 잎의 온도를 높여 병균을 퇴치한다고 학자들은 추정한다.”(41쪽)라는 대목을 읽다 보면 어쩜 사람과 이렇게 똑같을까 싶다. <식물은 지금도 듣고 있다>에 나오는 내용이다. 식물이 듣는다? 청각기관이 식물에도 있을까? 듣기만 하는 게 아니라 보고 느끼고 먹고 싸고 하는 식물 현상을 ‘식물의 기본생활’편과 ‘그린음악 농법’편에 나눠서 책은 설명하고 있다.

보고 듣고 느끼고 먹고 싸는 식물

저자 이완주는 농촌진흥청에서 일했고 충남농업기술원에서도 일한 현실 농업 연구가다. 그런 그가 피터 톰킨스의 <식물의 정신세계>를 소개하는 대목은 인상적이다. 잎을 자르려고 가위를 갖다 대면 검류계가 급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과 벌레가 기어오르면 재빨리 줄기나 잎을 접어 떨어뜨리는 미모사. 가루받이가 끝나야 벌이 나갈 수 있게 꽃잎을 여는 식물. 소가 풀을 뜯어 먹으면 소가 싫어하는 방향제를 뿜는 풀을 소개하는 대목들이다.

그렇다면 그린음악 농법은 뭘까? 음악 자극으로 식물의 생육을 촉진시키며 해충의 발생을 억제하고 식물의 엽록소 함량을 높여 잘 자라게 하는 농사법이라고 보면 되겠다. 비료와 거름만이 식물을 키우는 영양소라고 아는 것은 짧은 생각이고 식물은 공기와 물과 햇빛뿐 아니라 음악 감상도 한다고. 그 결과 수량도 많아지고 열매의 맛이 좋아지며 생체 활성물질인 루틴(rutin)과 가바(gaba)가 증가하고 병 억제 효소인 글루카나제가 많아진다고 설명한다.


11개 네덜란드 돌봄농장 살피기

 


네덜란드 케어팜을 가다(조예원. 그물코. 2020. 1만5000원)

작년에 치유농업법(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화했는데 우리보다 앞선 네덜란드의 치유농업을 소개 한 책이 <네덜란드 케어팜을 가다>이다. 책 부제는 ‘동물과 복지가 농업과 만나는’이다.

농업이 동물과 함께 인간 복지의 산실이 되게 하는 접근이다. 농업·농촌 자원을 이용한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제공해 국민의 건강 증진을 도모하는 것을 농업의 중요한 부문으로 보는 것이다.

반려동물, 반려식물, 반려 곤충이라는 말이 친숙해지고 힐링이라는 단어가 많아지는 요즘, 그런 개념을 구현한 농장을 소개하는 책이다. 우리나라에 줄이어 등장할 치유농장의 네덜란드식 모델이라 하겠다.

저자 조예원이 네덜란드에 유학을 가서 돌봄농장을 보고는 현지에 연구소까지 만들어서 한국 돌봄농장을 주제로 논문까지 썼는데 이를 기초로 묶어 낸 책이다. 책에는 총 11개의 돌봄농장이 소개된다. 132-151 쪽에는 여러 중독인들의 재활을 돕는 돌봄농장인 ‘린덴호프오픈가든’이 소개되어 있다. 농장의 입지조건과 구조, 프로그램 등이 중독 재활에 맞게 설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정집 거주공간을 만들어서 대형 요양시설을 벗어나는 탈시설 돌봄의 전형을 농장과 결합한 치매 전문 돌봄농장은 인상적이다. ‘에이크후버’ 농장과 ‘드레이헤르스’농장 이야기가 40여 쪽에 걸쳐 있다. 가족이 같이 머물 수 있는 치매 요양시설! 내가 2016년도에 <녹색평론>에 게재한 ‘공동돌봄 요양협동조합’과 거의 같은 시스템이라 무척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