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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농어민신문
‘협동과 연대’의 실천이 진정한 농촌형 사회적경제 해법이다
자립은 외부지원을 통해서가 아니라 내부출자와 생산, 지역민들의 참여와 끈끈한 협력이 기반이 될 때 만들어지며 이 경제적 자립이 실천의 독립을 보장하고 향후 국가의 지원이 결합할 때 사회적경제는 꽃을 피운다.
ㅣ 권혁범 여민동락공동체 대표
얼마 전 ‘농촌형 사회적경제 활성화 전략과 실천과제’라는 주제로 면단위 사례발표 의뢰가 왔다. 다수가 귀농귀촌인들로 구성된 여민동락공동체가 협동조합 방식으로 구성원들의 살림살이를 꾸려가고 이 활동이 시장과 국가의 한계로 사회적 배제 및 사각지대에 놓인 농촌의 현실에 보탬이 된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협동조합 방식이란 표현을 쓴 것은 여민동락공동체의 여러 사업들이 국가가 정한 법적, 제도적 측면에서의 사회적경제조직 뿐만 아니라 형식은 달라도 사회적경제의 정체성을 옹호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물론 발표 요청이 처음은 아니다. 도시에서의 사회적경제조직을 운영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지만 농촌은 모든 측면에서 불리한 여건에 있기 때문에 정체성은 차치하고 조직을 유지하는 것조차 버겁다. 그러다보니 15년간 “버티고” 있는 여민동락의 비법을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알려달라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도 오랜시간 버티긴 했지만 매년 간당간당하기 때문에 과연 도움이 될지 늘 반신반의 하면서도 그 자리를 채웠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실천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언제까지 해야할지 난감하기도 해 갈수록 두려워진다.
그동안 수많은 학자들과 연구원들이 사회적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법을 이야기 했지만 대부분 법적, 제도적 측면에서의 접근이었다. 물론 워낙 사회적경제의 바탕이 부실하니 국가에서 사회적경제가 작동하기 수월하도록 길을 열어주면 요즘 같은 복합적 위기의 시대에 사회적경제가 위기의 완충지대로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라 보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적경제를 기존 경제의 ‘보완’이냐 ‘경제의 일부’냐 아니면 ‘그 자체’로 보느냐에 따라 비판의 지점이 있겠지만 나는 그 의미를 긍정하는 편이다.
그런데 협동조합기본법 이후 법적, 제도적 측면에서의 진일보조차 한 뼘을 전진하기 어렵고 여전히 현장에선 기존과 별반 차이 없는 여건 때문에 사회적경제의 앞날은 여전히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
또한 워낙 삶이 팍팍해서 그러는지 사회적경제가 산으로 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여 사회적경제 무용론이 심심치 않게 내 귀에 들리기도 한다.
종종 농촌 활성화 사업을 펼치는 지역에 심사나 모니터링을 갈 때가 있다. 그러면 대개 사회적경제조직이 그 중심에 있다. 마을기업,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 최소한 한 두 개 이상의 타이틀을 달고 뭔가 열심히 하고 계시지만 그 면면을 들여다보면 안타까운 경우가 다수다.
지원사업을 타기 위한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다반사고 심지어 자체 수익 없이 인건비 지원사업으로 연명하는 경우도 있다. 조합원과 이사들이 등재되어 있으나 1인기업인 경우도 많고 가족들이 대표와 사무국장, 이사들인 사례도 있다. 이들 중에는 도지사상이나 장관상을 받는 곳도 있다.
물론 대다수 분들이 처음부터 이런 것들을 노리고 사회적경제에 진입했다고 생각 않는다. 진심이다. 마음속에 가진 선한 뜻과 열정이 사회적경제를 시작한 동기가 분명하다. 그들의 눈빛과 열정적인 목소리에서 나는 그렇게 느꼈다. 다만 국가가 만들어준 법적, 제도적 틀내에서 취약계층 일자리나 서비스, 지역사회공헌이라는 기능적 역할이 어느 순간 중심이 되면서 사회적경제가 작동하는 근본 원리가 묻혀 버린게 아닌가 한다.
특히 농촌에선 준비된 주체와 물리적기반의 취약, 재화와 용역을 제공할 최소한의 규모조차 안되는 곳에서 희망과 인내로 버티다보니 어느순간 경제적 안정, 즉 우선 수익을 창출하고 나중에 사회적목적을 구현하자라는 생각이 앞서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법적, 제도적 지원에 목을 메고 언제부턴가 ‘협동과 연대’, ‘자립과 자치’라는 근본 작동방식은 후순위로 치부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사회적경제에 보수적 관점을 가진 이전 정부부터 ‘사회적경제기본법’이 발의되었지만 매번 물거품이 되었고 이것에 긍정적인 현 정부에서도 아직까지 통과되질 못하는 상황이니 사회적경제에 관련된 이들의 원성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과연 사회적경제기본법이 통과가 되면 한국 사회적경제의 전망은 밝아질까?
법적, 제도적 여건이 지금보다 개선되면 무한경쟁과 각자도생의 암울한 한국의 현실이 사람을 우선시하고 서로간의 신뢰와 배려 그로 인한 협동과 연대의 싹들로 넘쳐날까? 혹여 “돈을 쫓는 업자들“이 얼씨구나 하고 사회적경제의 바탕을 흐리진 않을까? 이런 부정적 생각이 나만의 생각일까!
농촌의 현실이 각박한 것은 맞지만 시작을 함께 한 동료들과 협동은 잘했는지, 주민들과 지역사회 속으로 깊히 들어가 연대했는지, 안되었다면 무엇이 문제였는지 되돌아 보는게 먼저 아닐까!
자립은 외부지원을 통해서가 아니라 내부출자와 생산, 지역민들의 참여와 끈끈한 협력이 기반이 될 때 만들어지며 이 경제적 자립이 실천의 독립을 보장하고 향후 국가 지원이 결합할 때 사회적경제는 꽃을 피운다. 물론 경영능력을 키우기 위한 학습을 병행해야 사회적경제는 지속가능하며 선순환 할 수 있다.
함께할 이웃, 주민들 입장에서 사회적경제가 ‘빛 좋은 개살구’가 되면 안된다. 사회적경제의 성공 요건 다시 새겨봐야 할 때다. 물론 여민동락의 지속가능성 여부도 이것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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