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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학연구소/[농촌 농업 기후]

‘읍·면·동’이 아니라, 다시 ‘시·읍·면’이 돼야 한다,, 읍면의 주민자치권 회복

by 농민만세 2021. 7. 9.

https://m.nongmin.com/opinion/OPP/SWE/TME/341250/view

/농민신문

[시론] 읍·면·동은 틀렸다


읍·면, 도시지역 동과 같이 취급
자치의 역사 망각…개념 전환을

사무실에 ‘전국 읍(邑)·면(面) 경계지도’를 걸어놨다. 인터넷에서 읍·면 중심으로 표시돼 있는 지도를 찾아서 구입한 것이다. 이 지도에는 ‘동(洞)’은 나오지 않는다. 표시하기에는 너무 작기 때문이다. 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울산 같은 대도시의 경우에는 ‘구’까지만 표시가 가능하다.

이 지도를 걸어놓은 다음 사무실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지도를 보면서 두가지를 이야기한다. 하나는 인구가 7만명이 채 되지 않는 강원 홍천군의 면적이 인구 1000만명의 서울시보다 3배 이상 넓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면적은 605.2㎢인 반면 홍천군의 면적은 1820㎢에 달한다.

또 한가지는 인구가 2400명이 안되는 홍천군 내촌면의 면적이 인구 56만명인 서울시 강남구와 비교해 3배 이상 넓다는 것이다. 강남구의 면적은 39.55㎢에 불과한데 내촌면의 면적은 146.7㎢에 달한다.

이렇게 인구와 면적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읍·면의 위상 때문이다. 유럽과 일본의 지방자치를 살펴보면, 읍·면이 자치권을 가진 지방자치단체가 돼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웃나라 일본만 해도 기초지자체인 정·촌은 우리의 읍·면 정도에 해당한다.

1961년 5·16 군사쿠데타 이전에는 우리도 그랬다. ‘시·읍·면’을 기초지자체로 뒀고, 읍장·면장과 읍의원·면의원을 주민 직선으로 뽑았다. 이렇게 한 이유는 농촌지역에선 읍·면 정도가 하나의 자치 단위로 적절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군(郡)은 너무 넓고, 그 내부의 읍·면도 서로 이질적인 경우가 많다. 지역을 다니다보면 같은 군에 속해 있지만 읍·면별로 자연적·경제사회적 여건이 다르고, 수계도 다르고, 생활권도 다른 경우를 흔히 본다. 이렇게 읍·면의 상황이 다른데, 군 차원에서 지역 활성화 전략을 짠다면 탁상공론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읍·면별로 지방자치를 하기에는 인구가 너무 적지 않느냐고 얘기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지방자치 선진국이라고 하는 스위스는 인구가 1000명이 안되는 코뮌(기초지자체)이 전체 코뮌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인구가 적다는 것이 지방자치를 할 수 없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 인구가 적으면 적은 대로 장점도 많다.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의사결정을 하기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의 농촌현실이 어려워진 이유 중 하나는 잘못된 지방자치제도에 있다. 농촌지역의 지방자치를 읍·면이 아닌 군으로 묶은 것이 농촌지역의 ‘내발적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이질적인 읍·면을 하나로 묶어놓으니 지역의 특성과 장점을 활용해 아래로부터 무언가를 계획하기보다는, 외부의 돈에 의존하는 ‘외부의존적 개발’이 판치기 좋게 됐다.

군 단위로 군수를 뽑다보니, 군수는 농촌지역 안에서도 인구가 많은 읍에 신경을 많이 쓰고 면지역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생겼다. 임명직인 면장은 장기적인 비전을 갖기 어렵고, 면사무소에 근무하는 공무원들도 읍이나 인근 도시에 사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읍·면·동’이라는 용어가 널리 쓰여왔다. 그러나 이렇게 묶은 것 자체가 잘못이다.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이런 용어는 읍·면 자치의 역사를 망각게 하고, 읍·면을 도시지역의 동과 같이 취급하도록 한다. 그러나 1961년 이전에 도시지역의 동은 농촌지역의 리(里)와 같은 위상이었다.

따라서 읍·면·동이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 ‘읍·면·동’이 아니라 다시 ‘시·읍·면’이 돼야 한다. 이런 개념의 전환이야말로 농촌을 살리는 진정한 균형발전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