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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리 칼럼]

[한마음 칼럼] 복음에 빚을 진 교회

by 농자천하/ 2022. 8. 13.

한마음 칼럼 : “복음의 빚을 진 교회

“앞장서 최선을 다하는 본을 보이면 다들 따라주고, 교회도 부흥할 줄 그리 알고 평생을 열~심히 했다”는 목사님은 요즘 세상에 얼마나 순진무구하신 분이던가. 오죽하면 나를 가르치신 옛 어른들이 ‘교회 일 목사가 너무 열심히 하지 말아라. 의례 목사 사모가 하는 일로 여긴다’고 하셨을까.

예전에 남면교회연합회 일곱 교회 목사들이 돌아가며 수요 기도회 설교 강단을 교류했었다. 그때 어느 목사님이 그랬다. “목사님네 교회 강대상 위에 거미줄이 얼굴로 날려서 설교를 못하겠더라구요.” 그래서 내가 대답했다. “허허, 뭘 그깟 걸 갖구요? 나는 지난 주일에 입안으로 날려 들던걸요?!” 그때 자칭 교회 어머니라고 자부하던, 지금은 돌아가신 권사님한테 ‘구역 청소할 때 강대상 좀 맡아 주세요’라고 했다. 그러자 그분은 몹시 불쾌한 표정으로 한 손에 든 걸레로 강대상을 툭툭 치며 날 들으라고 혼잣말을 했다. “아니, 이깟 걸. 나한테 하라구 시켜!?”

이전에 서울에서 복무했던 교회에 은퇴 장로님 권사님 내외분이 아들 목사 부부가 개척하는 교회로 옮겨 가셨다. 몇 달 뒤, 찾아뵀더니 정말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개척한 지 1년이 넘은 교회에는 10여 명의 교인이 있었는데, 평수가 넓지 않은 새 아파트 단지여서 대부분이 신혼의 젊은이들이었다. 권사님이 그러셨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 같아요. 기존 교인이 하나도 없어서 다들 교회가 뭔지 목사님 사모님이 뭔지도 모르고, 그게 너무 힘들어요. 해외 선교지 같아요.”

해외 선교가 정말 힘든 건 이런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요즘은 해외 거주 한인을 대상으로 하는 이들도 ‘해외 선교사’라고 하지만, 우리 정지철-한미자 선교사님처럼 기독교를 아예 모르는 현지인의 마을로 가서 복음을 전하는 분들이 진짜 해외 선교사이다. 그야말로 무한대로 현지인들을 돌보고 가르치고 먹이고 가져다가 섬기지만, 그 열매를 언제 볼지 기대할 수도 없는 것이 이분들의 현장이다.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다. 귀국하는 해외 선교사님들을 마중하러 공항에 나갔을 때, 그분들이 하는 말을 보면 몇 년 차인지 바로 알 수 있단다. “할렐루야! 저를 그곳에 보내신 주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고 하면 1년 차, “흐음, 글쎄요. 다 뜻이 계셔서 저를 보내셨겠지요?”하면 2년 차, “어휴, 한도 끝도 없어요. 그래도 견뎌야지요.”하면 3년 차인데, 4년 차 선교사는 이런다고 한다. “젠장! 우라질 인간들이에요! 아이고~!”

우리 선교사님들은 캄보디아 뜨리어 면에서 농촌 자활 사역을 안식년은커녕 휴가도 없이 10년이 넘도록 진력하고 있다. 이곳에 그런 선교사로 보내신 거라고 자신을 몰아세우면서 나는 20년을 넘겼다. 보내심을 받은 종들에게 가장 두려운 일은 배터리가 방전되는 ‘번-아웃’이다. 성도들은 이들이 그렇게 소진되지 않도록 강퍅함을 버리고 자원하여 협력하고 기도함으로 동참해야 한다. 모든 교회는 복음의 빚을 지고 있으니. /계속 (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