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갈릴리 칼럼]

[한마음 칼럼] 복음에 빚진 줄 아는 교회

by 농민만세 2022. 7. 30.

한마음 칼럼 : “복음에 빚진 줄 아는 교회

“난 바보유!” 40여 년 목회 한 길만을 달려오신 목사님의 은퇴식 인사 하시는 목소리는 담담했다. “노회장 한 번 못했고, 부모님이 물려준 논밭 전부 교회 개척하고 건축하는데 쏟아 넣었고, 지금 아무것도 없는 빈손으로 은퇴합니다.” 목사님의 은퇴 및 원로목사 추대식에 모인 백여 명의 후배 목사들과 교인들 앞에서 목사님은 이렇게 인사 말씀을 마쳤다.

은퇴하시는 교회에서 20년 이상 시무하셨으니 원로목사로 추대 되셨지만 사연이 있었다. 형편이 넉넉지 못한 농촌교회여서 목사님을 원로목사로 모실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였다. 일반적으로 원로목사에게는 최소한의 주택과 일정 부분의 사례비를 지급하는 것이 관례였기 때문이다. 교회를 20년 넘게 지켜내고 은퇴하는데 그나마 원로목사 명의마저 얻지 못하면 후회될 것 같다고 하셨다. 그렇게 목사님은 교회가 일체의 재정 지출을 하지 않아도 되는 원로목사가 되셨다.

교회가 아무리 가난해도 또 원로목사가 아니라 몇 년 시무하고 은퇴를 해도 ‘특별 헌금’이라도 걷어 은퇴비로 받아 나가는 이들이 적잖은 세상인데, 목사님은 그렇게 마지막까지 ‘바보’가 되셨다. 그리고는 당장에 월세 방을 구할 수 없어서 넉넉지 못한 자녀들이 빚을 내서 거의 버려진 농가를 얻어 이사하셨다. 부족하나마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닦는데 써야 하는 당연한 것들을 전부 교회에 바친 아버지 덕분에 가난을 물려받은 자녀들이었다.

어느 날 전화가 왔다. “시간 날 때 한 번 들러. 내가 쓰던 책을 들여 놓을 데가 없어. 이 목사가 가져가.” 내가 직접 모신 목사님은 아니었지만 고군분투하고 사는 내 모습이 눈에 밟힌다며 유독 각별하셨는데, 지금은 어떻게 사시는지. “나는 교인들한테 뭔 강요를 못혀. 그래서 내가 앞장서 본을 보이고 교회 아끼고 섬기면 따라 주려니 하고 열~심히 했지.” 그리고 몹시 쓸쓸한 표정으로 한 마디 혼잣말을 하셨다. “근데, 그게 바본겨.”

새 교회당을 마련하느라 목수들과 공사 중일 때, 오죽했으면 주일예배를 인도하고 설교를 할 수가 없었다. 공사 중에 예배 공간을 매주일 마련하느라 토요일 자정을 넘기곤 했다. 하는 수 없이 목사님을 모셔서 예배와 설교를 부탁 드렸었다. 그때 손수 주보까지 만들어 오신 목사님이 그러셨다. “지금 하고 있는 걸 보니 내 자식도 돌볼 줄 모르던 바보짓을 똑같이 하는 거 같어.” 지금처럼 전국 곳곳에 교회가 세워지도록 이런 일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가까이에는 부족한 우리교회에 은혜를 더 하시려고 주님께서 보내주신 선교사님 가족도 있다.

적은 금액이지만 진작에 선교헌금을 온 교인 이름으로 교회 재정에서 보냈어야 했다. 시켜서 하는 일보다 자발적으로 응답하는 심령이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자원하여 대신하는 선교사님 가족을 위해 ‘복음에 대한 채무감’으로 기도해야 한다. 복음에 빚을 진 마음이 없는 교회는 누구도 교회답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계속 (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