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음 칼럼 : “묵은 땅을 갈아엎어라”
교회는 이 땅에 하느님 나라가 심겨 자라기 위해 마련된 밭이다. 어떤 교회는 라오디게아 교회처럼 부유하다고 여기지만, 그 속은 이미 회생 불능이 되어 버린 걸 자신들만 모를 것이다. 또는 누군가 눈물로 씨앗을 뿌리지만 싹도 내지 못하고 썩혀 내버리도록 못된 미생물이 득실거리는 교회도 있을 것이고, 뿌려진 씨앗이 그대로 남아 있도록 거름기도 물기도 미생물도 없이 메마른 ‘생땅’인 교회도 있을 것이다.
농부라면 다 알다시피 바로 이런 ‘생땅’에 농사하는 일이 가장 어렵다. 곡괭이로 굳은 땅을 파내다가 곡괭이 자루 수없이 부러져나가고 굳은살 배긴 손바닥에 허리와 무릎에 골병이 들어 너무나 아까운 세월만 허비한다. 또는 누군가 농사를 조금 하던 땅이어서 쉽게 생각하고 쟁기질하다가는 그 속에 깊이 숨은 돌멩이들이 엄청난 걸 몰라 결국에는 쟁기날 수도 없이 부러뜨리다가 질려 버리는 일도 허다하다. 조금이라도 약은 농부라면 힘든 농사일 헛되지 않을 다른 밭을 찾아 떠나는 게 인지상정이다.
문제는 그런 묵은 밭을 뒤집어 내는 ‘혁신’이었다. 혁신은 말 그대로 ‘혁명적일 만큼 급진적으로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 새로워지는 것’이다. 온갖 것이 급속도로 변하는 우리 시대에 있어서 이 ‘혁신(革新, innovation)’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사활이 걸린 중점 과제로 삼고 있다. 초대형 기업도 계속해서 자신을 혁신시키지 못하면 불과 수년 만에 사라지고 만다. 세계 2위 부국이었던 일본도 지난 몇십 년 동안, 자신을 혁신시키지 못하여 최근 급격히 쇠락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지난 20년 동안 나는 이곳에 부임한 이래 지금까지 정말이지 단 하루의 휴식도 없이, ‘교회를 혁신시키려고’ 최선을 다하며 부단히 달려온 것이었다. 하지만 어느 분야이든 혁신에 실패하도록 만드는 요소 중 하나는 기존 구성원의 보이지 않는 저항이다. 여기에서 기존 구성원의 저항이란, 기존의 어떤 관점이나 구조, 방식들을 끝까지 바꾸지 않으려고 알게 모르게 또는 직간접적으로 저항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좀처럼 자신을 바꾸지 못하는 것, 새로운 것에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것, 이미 편향된 관점을 버리지 못하는 것. 이런 일들로 인해 얼마나 많은 교회가 그대로 서서히 고사(枯死)되고 있는가. 또는 성공적으로 혁신 곧 새 부대가 되어 새 포도주를 담아 놀라운 부흥을 경험하지만, 곧 그런 혁신을 멈추고 안주하여 다시 급격히 부패 되고 변질 되어 고사하고 있는 교회들은 또 얼마나 많던가.
종교 개혁가 루터는 외쳤다. “교회는 항상 쇄신/개혁되어야 교회이다!”(Ecclesia semper reformanda!) 그에 이은 2세대 개혁가 존 칼뱅은 다시 외쳤다. “개혁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 (Ecclesia reformanta semper reformanda!) 어디 교회 뿐이랴. 신앙은/그리스도인은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 그게 개혁주의 교회 본래의 정신(spirit)이다. /계속 (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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