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은 온 세계 어디에나

또 언제나 거기에 있었고

또 사라져가고 있다

감상에 젖을 일은 아니다

그냥 사니까 사는 거지

뭐 거기에 무슨 거창한

이유가 있을 리 없다

농민은 순한 소를 닮았지만,
실은 그래서 그 땅이 내주는
목소리는 더욱 더 큰 법이다

대수술을 두어 번씩이나 하신

여든이 넘은 노 부부는 금년에도

여름내 잘 익은 콩을 거두고

명년 봄에 깨낼 마늘을 심는다

비닐하우스에서 정성껏 말린 고추를

방앗간에서 빻아 딸한데 어서
보내줘야야 허여 이게 낙이지
올려보며 잠시 허리를 펴신다

돈 생각하믄 농사는 못 짓는 겨

사는데 그냥 무슨

이유같은 게 있을 리 없다
그게 농민이다
'놀람과 경외 > 나의 골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월식 사진ㅋ,ㄱ 다누리호 지구와 달 사진 그리고 멀고 먼 궤도 (0) | 2022.11.08 |
---|---|
"우주의 잔인한 차가움은 장례식과 같았다" "어떤 신비도 장엄한 경외심도 없었다 " (0) | 2022.10.15 |
가곡, "동무 생각" (0) | 2022.10.03 |
'구덩이의 남자': 세계에서 가장 외로운 남자가 세상을 떠났다 (0) | 2022.08.30 |
ㅋ,ㅋ~ 조용필 선생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와오~ 손발이 오그라든닷 (0) | 2022.08.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