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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학연구소/[농촌 농업 기후]

양곡관리법 개정논란이 남긴 것, 쌀과 물, 재해예방 없이 국가가 존속할 수 있는가

by 농민만세 2023. 5. 1.


쌀 예산 특혜 논란의 진실


/한국농어민신문
/이상길 농정전문기자   승인 2023.04.28

양곡관리법 개정 논란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국회 재의 부결로 끝났다. 농민들에겐 아무런 소득도 없이 정쟁만 거듭하다가 이전 상태로 되돌아간 것이다.

이 논쟁은 농민들에게 소득은커녕 농업, 농촌, 농민에 깊은 상처만 남겼다. 주식인 쌀농사와 농민들의 식량안보, 공익적 기능은 정쟁으로 훼손되고, 쌀에 대한 투자는 마치 혈세 낭비인 것처럼 매도됐다. 쌀은 공공재의 자리에서 끌어내려져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과연 이래도 될까?

논쟁 과정에서는 쌀에 대한 부정적인 논리가 난무했다. 대표적인 게 쌀에 지원이 편중된다는 주장이다. 쌀 관련 예산이 4조4000억 원이나 된다면서 보수언론이 이것을 쌀 농가에 대한 특혜라고 보도하더니, 정부도 쌀에 예산이 편중된다며 이 자료를 내세웠다.

그 내용은 농림예산 17조4000억원 중 쌀 관련 예산이 25%인 4조4000억원으로, 이는 청년농 육성 예산 1조원의 4.3배, 스마트 농업 예산 2000억원의 17.6배라는 것이다. 시장격리 의무화시 연 1조원 이상이 추가되며, 이 경우 농업생산액 50조원 가운데 쌀 생산액은 8조4000억원으로 16.9%에 불과한 반면 쌀 예산 규모가 30% 이상을 차지한다는 논리였다.

“무슨 쌀에 그렇게 예산이 많이 들어간다고?” 확인을 해 보니, 쌀 관련 예산이 4조4000억 원이란 자료는 2023년 기준 쌀 수급안정 2조3494억원, 경쟁력 강화 1216억원에 농업생산기반정비사업 1조9301억원을 합친 수치였다.

농업 생산기반정비까지 쌀 예산이라니, 언제부터 정부가 이런 식으로 예산을 분류했었는지? 세부 항목별로 보자.

중략

쌀은 우리가 유일하게 자급하는 주식이다. 2021년 기준 전체 농경지의 50.5%가 논이고, 논벼 재배농가는 37.8%에 달한다. 농업소득의 32.9%를 차지하는 한국농업의 근간이다. 전 세계적인 식량위기 속에서도 우리나라는 그나마 쌀을 자급하기 때문에 별다른 혼란 없이 넘어가고 있다.

식량안보를 위해 쌀농사를 튼튼히 하고,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투자에 매진해도 부족한 판국이다. 이런 마당에 쌀을 세금낭비의 주범으로 몰고, 우리의 소중한 물과 농촌지역을 지키는 생산기반 예산까지 폄훼하는 것은 자해행위에 다름 아니다. 쌀과 물 없이, 그리고 재해예방 없이 국가가 존속할 수 있는지 묻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