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음 칼럼 : “개혁은 개혁교회의 본질 01”
문제의 핵심은 따로 있다. 교회 재정이 너무 많든 너무 적든 ‘제대로 관리되고 있느냐 아니냐’ 하는 것이다. ‘공금 관리’는 그야말로 모든 모임의 성패가 달린 문제이다. 이건 그냥 재정 장부와 통장 잔액이 늘 맞도록 수입과 지출이 빠짐없이 잘 관리 되고 있고, 또 그럴 수 있게 시스템이 구성되어 잘 돌아가느냐 아니냐는 말이다. 이런 이야기를 새삼스럽게 할 만큼 사실 교회들의 재정관리는 거의가 초 상식적(?)이다.
우리 교단 총회에서는 벌써 수십 년 전부터 당연하지만, 교회 재정관리 지침과 항목을 통일하여 소속 교회들에 보냈고, 또 매년 교육하고 있다. 하지만 지교회들이 헌금 관리에 그만큼 함께 관심을 두고 또 노력하는지 솔직히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25년 전, 내가 부목사로 시무했던 1천여 명 이상 모이는 교회가 있었다. 그 당시 교회는 엄청난 회오리에 휘말렸었는데, 그 발단이 바로 ‘교회 회계장부에 기록되지 않은 거액의 헌금이 발견된 일’이었다.
여러 가지 은폐되어 있던 문제들이 불거져 나왔지만, 그 분란의 발단이며 핵심이 바로 ‘교회 또는 담임목사 명의의 통장으로 따로 관리 되다가 발각된 돈 문제’였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당시 그 문제를 찾아내 바로 잡으려 노력했던 분들의 탄식과 또 그로 인해 그분들이 받았던 모함과 고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교회 재정이 그럴 정도로 비상식적으로 운용될 수 있다는 사실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교회를 제대로 지키고 또 바로 세우는 데에 무엇보다도 중대한 문제라는 것도 알게 되었었다.
그런데 나는 이 ‘재정 관리’를 지난 21년 동안 우리 교회에 부임한 이래 지금까지 제대로 세워내지 못했다. 몇 년 전 칼럼에도 쓴 적이 있지만, 부임하자마자 이런 기막힌 일이 있었다. 당시 교회 회계장부 관리를 젊은 집사님이 맡고 있었는데, 매 주일 헌금 수입과 지출을 기록하고 합산하면서 매번 쩔쩔매고 있었다. 경험해 본 독자도 있겠지만, 전자계산기 두드리는 게 쉬워 보이지만 사실 제대로 신경 바짝 쓰고 하지 않으면 매번 틀리게 된다.
그래서 ‘교회 재정관리 프로그램’을 컴퓨터에 설치하고 말했다. “집사님, 장부에 기록하면서 동시에 컴퓨터에 저장하면 합산이 바로 되고, 결산서 출력도 쉽게 할 수 있어요. 지난 거 내가 한꺼번에 다 저장한 다음, 오는 주일에 가르쳐 드릴 테니 회계장부 놓고 가세요.” 그러자 갑자기 그 집사님은 화를 버럭 내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껏 다른 목사님들은 회계장부 보자고 한 적이 없었는데, 왜 목사님은 회계장부를 보려고 하세요?!” 내참.
그리고는 자신이 교회를 떠난 이유가 그 일 때문이라고 하니 더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도대체 전임자들은 뭘 가르친 거냐?고 생각했었지만, 사실 나도 지금까지 재정관리를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는 거다. /계속 (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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