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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리 칼럼]

[한마음 칼럼] 개혁은 개혁교회의 본질 02

by 농민만세 2023. 5. 13.

한마음 칼럼 : “개혁은 교회의 본질 02”

그렇게 나는 부임한 지 3년 차에야 겨우 내가 담임목사로 시무하고 있는 교회의 재정장부를 볼 수 있었다. 담임목사는 당연하게도 교회 재정관리의 최종 결재자이고 최종 책임자이다. 그런데도 자신이 시무하는 교회의 재정장부를 확인하지도 않고, 월 결산서를 주는 대로 제직회에서 보고하도록 하는 게 미덕이라고? 목사가 교회 재정에 관여하지 않아야 한다고?

물론 나도 그랬다. 아마 나만큼 정말로 관여하지 않는 목회자도 드물 것이다. 한 달 사례비를 언제 주는 건지 기억도 하지 않을 만큼 오직 헌신하며 살아왔다. 이곳에 와서도 그렇게 살다 보니, 아내가 “큰아이가 고등학교에 가는데, 임시직으로라도 직장에 나가 돈을 벌어야겠다’고 했다. 목회자를 불러 놓고 알아서 살라고 하려면 아예 처음부터 청빙할 생각을 말아야 한다. 넉넉한 사례비를 받으려면 교회를 부흥시키라고 한다. 자신들이 교회를 개척해놓고 불러온 목회자를 무슨 ‘자영업자’로 대하는 일은 특히 도시 미자립 개척교회들에서 흔히 보는 일이다.

오래된 농촌교회에서 재정이 모자라면 어느덧 그 교회의 기둥 노릇을 하게 된 이가 누구한테 말도 못 하고 혼자 감당하는 게 또 무슨 미덕이었다. 이것도 온당한 일은 아니다. “함께 감당해야지 그러면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그 첫걸음이 바로 ‘영수증이나 통장 등 근거를 통해 재정장부에 빠짐없이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하지만 이 단순한 일이 아직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결산 때마다 누군가 매번 날밤을 새워야 한다.

또한 이 중대한 일은 교회의 모든 직분자들이 제직회로 모여 의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일은 자칫 하나의 권력이 되거나 원망이 되기도 한다. ‘교회 재정관리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한다. 연 재정 1억 미만의 교회는 무료 프로그램도 있다. 연 재정이 그 이상인 교회도 물론이고 또 연결산 만큼은 전문 회계사무소에 의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만일 차입금이나 대출 또는 마이너스 통장 같은 것이 발생하면, 그에 대한 수입 지출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관리 책임자인 목사가 먼저 배워야 한다. 무엇보다 교회 헌금은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공금’이라는 철저한 기본기가 있어야 한다.

그러면 전국 노회들의 재정관리는 과연 어떨까? 불과 10~15년 전만 해도 어이없는 일들이 내 가까이에서도 부지기수로 일어났었다. 그걸 여기에 다 써놓으면 엄청난 일이 일어날 것이다. 오죽했으면 어떤 사석에서 내가 그랬다. “노회 개혁? 그냥 지난 10년 동안의 재정만 제대로 감사하면 끝날 거요!”

그렇게 나는 교회에 부임한 지 3년 차가 돼서야 겨우 교회 회계 장부를 컴퓨터에 입력하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거의 매 주일 더하기 빼기조차 제대로 된 게 거의 한 번도 없었다. 인제 와서 그걸 탓하자는 게 아니다. /계속 (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