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음 칼럼 : “개혁은 교회의 본질 06”
자신들이 교회를 주도하는거로 착각하는 어떤 장로나 권사 중에는, 목회자가 뭔가 못마땅해지면 그처럼 헌금 가지고 장난치는 못된 것들이 있다. 다른 어떤 수입도 없이 그 쥐꼬리만 한 사례비에 전적으로 의존해 아이들을 키우며 생활하는 목회자 가족의 목숨줄을 조이는 그 악마 같은 짓 말이다.
내 유년 주일학교 시절의 고향교회, 어머니를 따라 주일-수요-구역-새벽기도회 등 어른들 모이는 예배를 꼬박꼬박 참석했던 나는 교회에서 일어나는 온갖 일을 어른들 틈에서 보고 들으며 자랐다. 어느 날, 목사님 사모님이 갑자기 이사 가시게 되었다고 해서 어머니를 따라갔다. 교인들이 힘을 합쳐 이삿짐을 화물차에 실었고 출발하기 직전 목사님은 마지막 축복 기도를 하겠다고 하셨다. 정말로 간곡히 교회와 교인들을 위해 은혜와 복을 비시는 중간중간에 감정이 크게 복받치셨고 서둘러 기도를 마치고는 얼른 떠나셨다.
그리고 몇 주일 지난 어느 새벽 기도회, 날이 훤히 밝았는데도 어머니는 마지막까지 기도하시던 분과 남아 무슨 이야기를 심각하게 하고 계셨다.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는 ‘목사님이 갑자기 떠나신 이유를 이제 알았다’면서 어린 내 손을 잡고 적잖이 분개하셨다. 옛날 가난한 농촌교회에서는 어머니들이 끼니마다 한 숟갈씩 쌀을 따로 모아두었다가 목사님 가정 식량으로 드리는 ‘성미(聖米)’라는 게 있었다.
그때 우리 고향교회에서는 나무로 짜서 만든 뒤주를 성미 쌀통으로 쓰고 있었고 목사님 사택 건넌방 책꽂이 사이에 있었다. 당시 성미를 담당한 성미부장은 내 동무의 어머니 권사님이었는데, 웬일인지 한 달에 한 번씩 바가지로 퍼서 지급하는 날이 지났는데도 아무 소식이 없었다. 차마 달라 소리를 못하고 사는 게 목회자들이다. 곧바로 쌀이 떨어졌고 사모님은 밤잠을 못 이루다가 새벽 기도회 마치고는 성미 통을 열어보았다. 허연 쌀이 그득했다. 우선 아이들 도시락을 쌀 만큼만 퍼서 밥을 지어 학교에 보냈고, 목사님 내외는 금식하셨다.
그리고 그날 저녁, 성미 담당 권사님이 와서 열어보니 쌀을 한 그릇 퍼낸 흔적이 보였다. 그야말로 야단이 났다. 사모님은 교회 쌀을 훔쳐낸 ‘도둑년’이 되어 그 권사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눈물을 뚝뚝 흘리셨고, 그 모습을 보며 목사님은 아무런 말도 못하고 고개를 떨구고 계셨더란다.
바로 그 다음 날, 새벽 기도회에서 목사님은 ‘주시는 대로 먹고 안 주시면 굶겠다’고 목사가 되었는데, 그 약속 못 지켜 회개하니 용서해 주시라고 통곡하며 기도하셨다. 어린 나는 그 모습이 몹시 이상하고 무서웠었는데 그게 바로 그 새벽이었던 거다.
지금 나는 온 교회가 알아야 하는 일 하나를 꺼내지 못하고 벌써 몇 주째, 몇 년째 끙끙 앓으며 필사적으로 기도하고 있다. 몇 주 남지 않았다. 이거 분명히 바로잡고 떠난다. 내가 이곳에서 겪은 환장할 일들이 더는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하니 말이다. /계속 (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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