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마음 칼럼 : “개혁은 교회의 본질 05”
지난 3~4년 동안 새벽에 나가 밤 9시에 퇴근하거나 간혹 일찍 들어오는 날에는 쓰러져 밀린 잠을 자면서 모든 연락을 끊고 견뎌야 했다. 그만큼 하루하루 밀어닥치는 일들에 초집중하여 매일매일을 보냈고 또 주말이면 겨우 예배를 준비하고 설교문 쓰기도 벅찼다.
그러느라 연락도 못 하고 있던 선배 목사님이 지난 주간에 안면도에 다니러 왔다가 그냥 가셨다고, 진짜 은퇴하는 거냐고 걱정하신다는 소식을 들었다. 송구한 마음을 안고 전화를 드렸다. “이 목사, 그동안 마음고생 많이 하며 견딘 거 아는데, 그래도 마지막 은퇴하는 성직자로서 웬만한 건 끌어안고 가는 게 좋아.” 하셨다. 백번 지당한 말씀이다.
내 사는 처지를 잘 아시는 몇 안 되는 목사님 중 한 분이시니 결코 쉽게 들어 넘길 수 없도록 진심을 담은 말씀이었다. 그리고 지난 며칠 동안 정말 많은 걸 생각하고 다시 생각해 보았다. 역시 20년 전 부임했던 그때, 갑자기 영문 모를 교통사고 당하듯 그렇게 정신 차릴 여지도 없이 쓰나미처럼 몰려왔던 그 기막힌 일들을 차근차근 정리해 보았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났을 때, 그러니까 교회 이미지를 조금이라도 바꾸어야 하는 일에 그야말로 내 모든 역량 이상의 이상을 온통 투신하고 있을 때, 끝을 알 수 없던 그 모든 상황 속에서 홀로 분투하고 있던 그때, 40여 년 동안 열 분의 전임 목회자들이 겪은 한심한 일들이 터럭만큼도 바뀌지 않고 반복되고 있는 거라는 걸 알았을 때, 그때 즈음에 나는 이 두 마디의 피 끓는 기도를 정말 거의 24시간 내내 주문처럼 종일 반복하여 부르짖고 있었다.
“주여! 제가 끝까지 이 독하게 먹은 마음 풀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정말이지 어떻게 하든, 누구라도 후임 목회자는 이 어이없는 일들을 겪지 않고, 목회에 전념하며 교회를 성장시키는 그런 단계로 나아갈 때까지 제가 견뎌내게 하여 주십시오!”
그리고 지난 10년 전, 새 교회당을 마련하는 일을 결국 피하지 못하고 휘말려 마침내 약속한 이삿짐센터에서 오기로 한 바로 전날, 바닥 공사를 마치지 못하여 시멘트 먼지가 풀풀 날리는 상황에 어쩔 수 없이 사택과 교회의 이삿짐을 옮겨야 했을 때, 바로 그 전날 자정을 넘겨 새벽 2시까지 아내와 둘이 짐을 싸고 있을 때, 그때 우리는 이런 애끓는 기도를 아뢰고 있었다.
“주여~! 날이 밝으면 아무 교회에서라도 오라고 연락이 와서 새 교회당 사택에 들어가지 않게 해 주십시오! 제~에~발요~!” 그리고 역시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고 또 이렇게 10년, 이미 바짝 말라버린 샘물 바닥을 그래도 바가지로 퍼 보려고 긁고 긁어대면서 여기까지 왔다.
“아니다. 나마저 성직자로 남으면, ‘욕을 당하되 맞대응하지 않으시고, 고난 당하되 위협하지 않으시는 예수님’과 몸 된 교회가 겪는 이 한심한 일들은 멈추어지지 않는다.” 29년 전 목사 안수 받던 그때도, 홀로 철야하며 부르짖던 기도이다. 아이고. /계속 (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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