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시2/ 예장목회자 시국기도회>
2016년 겨울의 '나단'*에게
/서덕석 (목사, 청각장애, 민중 시인, 열린공동체 대표)
너는 가서
저 눈 감고 귀 막은 대통령의 면전에다 외쳐라
교만하게 쳐 든 네 콧대에 가려져서
길바닥 파지줍는 노인네들의
굽은 등에 내려앉은
깊은 시름이 보이지 않느냐?
윤기 자르르 흐르는 손을 내밀어
부자들에게서 더러운 뭉칫돈 받아 챙길 때
품삯을 빼앗긴 일꾼들의 아우성이
나 야훼의 귀를 아프게 하나니
맹골수도에서 304명의 목숨들이
숨 막혀 살려달라고 애원하던 그 날
너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더냐?
내 백성들이 개나 돼지 취급을 받으면서
컵라면 불려먹을 시간도 없이
쫓기며 하루 하루를
힘겹게 살아갈 때
너는 송로버섯에 캐비어, 샥스핀으로 배 불리며
십상시, 팔선녀들과
우라질 국정이나 논하며
약물에 취해 흐느적거리고 있었더냐?
역겨워라 역겨워라 역겨워라...!
너희 구역질나는 무리들이
'새누리'라 이름한 붉은 장막뒤에서
저지른 짓거리들,
입으론 '국민행복'을 찌껄이면서
너희들만의 행복만들기에 골몰하느랴
치부를 가린 옷자락이 흘러내린 줄도 모르는구나
아주 벌거벗은 줄도 모르는구나....!
피 묻은 칼을 뒤로 감춘 채
한번만 더 용서해 달라고 애원하느냐
그 가증스러운 눈물과 거짓 약속에
또 다시 속아 넘어 갈
어리석은 국민들인줄로만 아느냐?
너는 어서 가서
광장에서 소리질러 외쳐라,
저들이 서 있을 곳은 민의의 전당도 아니고
화려하게 지은 푸른 기와집도 아닌
민중들의 울부짓음이 밤낮으로 벽을 때리는
차갑고 어두운 감방일 뿐이라고
크게 외쳐라.
국정원 야바위꾼의 현란한 손 기술로
대통령 자리를 꿰어 찬 박가는
애초부터 허수아비였을 뿐이라고,
그 자리는 처음부터
네가 서 있을 곳이 아니었다고
머뭇거리지말고 지금 당장 가서 말하라
당신은 처음부터
우리들의 대통령이 아니었다고
저 눈 감고 귀 막은 허수아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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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단' .... 구약성서에서 다윗왕의 면전에서
다윗의 죄상을 규탄한 예언자 (사무엘하12장
갈릴리 일기
별 다른 소문도 없었다.
순찰을 도는 로마 병정들은
여전히 여유만만하고
양뗴를 몰고
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가는 목동들은
무표정했다.
바람도 머물러 있었다.
더러 따사로운 눈 인사와
가난한 숨소리 속에서
목수 요셉의 아들은
건장한 청년으로 자라고.
아무도 그를 주목하지 않았다.
평범한 얼굴로 나무를 자르고
대패질을 배우면서
살아가는 길을 터득하였다.
언제부터인지 모른다.
생각에 잠긴 채 못질을 하다가
이따금 손가락을 때리고는
혼자서 멋적어 하게 된 것은
심란한 날에는 호숫가를 찾았다.
물새도 별 생각없이
먹이를 구하고 새끼를 치지만
무슨 일이 그에게서 일어나고 있었는지
배를 탄 어부들이
그물을 걷어 올릴 때
그들의 구릿빛 건강한 팔뚝에
햇살이 빛나는 것을 보고
그는 전신을 부르르 뜰었다.
그리고 예수는
다음 날 말없이 집을 떠났다.
성만찬 풍경
낡은 마룻장이 삐꺽이는 소리 밖에는
모두가 숨 죽인 다락방,
비스듬히 바람벽에 기대어
눈 감은 요한 옆으로
가룟인 유다의 시선이
예수의 가냘픈 입술을 노려보고
애궂은 구레나룻을 잡아당기는
시몬의 맞은 편에서
고개숙인 빌립이
말없이 술잔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팔레스티나 모랫바람에 절어
냄새나는 발들이
식탁 밑에서 부끄러운 듯 주춤거리고
오래 목은 포도주 향내만큼이나
진한 사랑을 확인하는
침묵의 시간.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 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하여 본을 보였노라...(요 13,15)
이제는 헤어져야 할 때
너희에게 남겨줄 것이라고는
빈 몸뚱아리 밖에 없으니
가까이 오라,
눈물겹도록 따라와 준 친구들이어,
검고 딱딱한 빵을 씹으며
대지의 젖같은 붉은 포도주를 마셔라
이것이 내 찢겨진 살이며
콸콸 흘러 샘솟는 내 피다.
이것을 먹고 마심으로
나를 너희 속에 머물러 있게 하고
너희도 내 속에서 새 살로 움트고
뜨겁디 뜨거운 피가 돌아
한 몸이 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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