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우울 그리고 보드리야르의 '아이러니'
춥지 않은 겨울보다야

한 번이라도 좀 바짝,

추운 겨울이 제맛이지만

농촌에서의 폭설은

또 다른 우울을 생산한다

폭설은 사위를 고요케 하고

눈 속의 고요는

시뮬라끄르들의 좌절까지 모사한다

그리고 그 눈 속에서

독거 노인들의

고립감은 증폭 된다

그 몇몇 사람들만을 위하는 그런 알량한

자기 위안을 일삼는 수준의 교회라면, 굳이

여기에 있어야 하는 이유를 해명해야 한다

온갖 모순의 구조/뿌리에 응하지 못하는 자기 모순이 악이다

비록 실재한다는 것들에 대한 환멸이 여전하다 해도

우리 내부로부터 촉발되는 성령의 작동을 고대하려
우리는 다시 성만찬으로 나아가려 한다.

<책> 보드리야르의 아이러니
/ 출판사 서평
사회학과 철학의 테두리 밖에 머물면서 어느 한 곳에 구속되기를 거부한 보드리야르는 초기 저작 이후 끊임없는 도전과 도발을 시도한 급진적인 이론가였다. 그는 [급진적 사유]를 통해 전통적인 사회문화이론을 배격하는 독특한 글쓰기로 주목받았다. 그의 글이 철학 ?문화?사회 이론의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스타일로 인해 다채로우면서도 아이러니컬하고 도발적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보드리야르의 사유와 이론을 관통하는 아이러니가 탈근대를 통찰하는 그의 급진적 사유의 한 형태임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보드리야르의 아이러니는 어떻게 보면 시뮬라시옹과 하이퍼리얼리티 속에서 자신의 역설과 함께 강렬한 빛을 발한다고 하면서, 자신의 아이러니, 곧 급진적 사유를 퍼뜨리기 위해 그는 우리 시대를 가로지른다고 말한다.
저자의 견해로는 보드리야르의 급진적 사유는 비판적 사유와는 대립되는 것으로 실재세계에 내재하는 환상의 놀이에 끼어들기’로 나타난다. 이는 바로 실재와 다르면서도 늘 실재와 관계를 맺고 있는 시뮬라시옹을 사유하는 것이다. 시뮬라시옹에 대한 이러한 입장으로 인해, 보드리야르는 세계를 실재보다는 환상으로 재구축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가 오늘날 실재의 사라짐’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오늘날 정치,권력,역사,성,예술,미디어 등이 실재보다 더 강한 환상으로서 존속하려고 하면서 환멸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보드리야르의 아이러니는 세계의 환멸에 대한 보편적,정신적 형태”라고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아이러니는 주체의 기능도, 세계의 불확실성이 반영되는 비판적 거울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세계 자체의 거울, 말하자면 우리를 둘러싸는 인위적인 대상세계의 거울인데, 이 거울 안에서 주체와 부재와 투명성이 반영된다. 따라서 저자는 오늘날 주체의 비판적 기능에 뒤이어 대상의 아이러니컬한 기능, 즉 주관적이 아닌 객관적인 아이러니가 생겨났다는 보드리야르의 지적을 숙고한다.
보드리야르의 이런 상황 인식을 진단한 저자의 눈에는 우리의 세계가 어떤 방식으로든 아이러니의 절정에 도달한 듯이 보인다. 하지만 이 아이러니 속에는 상황의 급변이나 역전의 미묘한 형태들이 존재한다. 이는 바로 정치,권력,역사,성,예술 등이 일직선적으로 진행되는 것과 관련하여, 보드리야르가 말하는 우리 시대의 아이러니가 아니겠는가?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탈근대의 사유와 이론을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직은 가능성과 전망으로만 열려있는 탈근대의 새로운 영역들을 탐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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