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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눔

농촌선교, 농활

by 농민만세 2019. 5. 19.

자칫, 또 누군가를 본의 아니게 뭐라고 말하는 게 될까 하여 조심스럽지만 현장에서 겪는 이런 저런 일들을 사심없이 그냥 있는 그대로 올려 보고 있다


현장마다 다양하기 이를 데 없어 때로는 발빠른 직감적 행동이 보다 앞서야 하는 선교적목회 현장의 단면에 대한 하나의 보고들이 되었으면 한다


고맙게도 여름 농촌봉사활동을 해보겠다는 교회가 금년에도 있었는데 어린 중고등학생들이기도 했고 또 학부모들의 걱정으로 밭일은 생략하기로 했다


우리 면소재지 4개 마을의 마을회관 경로당마다 어르신들이 매일 모여 공동 점심식사를 하시므로 어린 학생들을 나누어 효도 봉사를 하도록 기획했다


한 끼 조촐한 식사 재료와 선물을 마련하여 대접하고 하루 놀아 드리자는 것이었는데 미처 생각지 못한 일로 무산될 상황이 되어 요 며칠 한창 고민 중이다


(작년에도 2백여 명의 농활을 기획했었는데 어쩐 일인지 숙소 등 열악한 상태를 극복하면서 어떻게든 해 보겠다는 의지가 부족했던 것이 아쉽다)


사실 농촌 어르신들이 오랜 세월 한 곳에 모여 살아가시는 농촌마을은 도시와는 거의 완전히 다른 세상이나 다름 없는 곳이라는 이해가 있어야 한다


시간 관념은 물론 사람 사이의 관계나 어떤 일을 준비하고 실행해 내는 방식 등에 대한 관점들을 도시민들의 생각으로 이해하려고 접근하면 안 된다


농촌 어르신들은 새롭고 낯선 일이나 사람들에게 본심과는 달리 일단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도시에서 그러면 사회생활 자체가 어려울 것이다


또한 농촌 어르신들은 어떤 일이든 그 일이 오늘 당장에 일어나는 것이어야 곧이들으시기에 사실 몇개월 이후의 일로 미리 부산떠는 것도 좋지 않다


도시에서 시간도 공간도 여유 없이 살아야 하는 현대인들의 방식들은 농촌 어르신들의 마음을 자칫 닫게 만들거나 도리어 역효과를 내기 십상이다


그건 자신들의 의지나 계획과는 상관없이 대부분 자연에 의해 결정되는 농삿일로 인해 평생 환경에 순응하는 지혜를 터득해 온 특성 때문이라고 본다


더구나 충청도 분들의 독특한 면도 있는데 그것은 당신들의 속내를 일일이 드러내 보이는 것을 경박히 여기거나 아예 반대로 표현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후 보다 상세히 풀어 정리해 보겠지만, 이러시기 때문에 무엇을 얻어 잡수시고는 아주 맛있었슈 하기보다 거 먹은 거 읎이 맛은 좀 괜찬하네 하신다


그 낯설은 도회지에서, 더구나 절이나 제사나 약주를 싫어하는 교회에서 사람들이 몰려와 그게 언제인지 또 뭔 일인지 모를 일를 하겠다고 여러 말을 한다?


박수 치며 환영할 리 없는 일, 그래서 사전답사를 또 오나 싶었지만 그러라 하고 일단 닥쳐서 하면 된다 했는데 공연히 먼길 왔다가 거부만? 당하고 갔다


그렇게 세밀한 계획을 세우고 동선을 파악하고 이곳 어르신들과 일일이 상의하며 하려고 해선 아무것도 못하니 일단 날 좀 믿고 해보겠다고 하면 좋은데


직접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는 것도 아니고 모이신 분들 한 끼 식재료와 선물을 나눠 드리고 안마해 드리고 팩 붙여 드리며 잠시 놀아 드리는 걸 갖고ㅡ,ㅡ


말 한 번 걸어 보려다 놀라 달아나는 형국이니 대체 축호 전도는 한 번이라도 나가 본 건지, 형편은 다 이해 되지만 무슨 공무원처럼 일하길 기대하는지


요즘은 공무원들도 개척자처럼 아이디어를 내고 현장과 부딛치고 사람들을 설득하면서 일하던데, 높다란 성같은 교회당 울타리 속 화초들 아닌가


그러고 보면 2001년, 이곳에 부임해서 목사라고 인사하며 마을에 나가면 다짜고짜 막말하며 그 눔의 교회 목사냐고 멱살을 움켜쥐던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정말이지 그냥 아무한테나 전화하고 요기 면사무소 옆 장로교회 목삽니다 하면 다들 반가이, 아니 목산님이 웬일로다가 전화를 다 하셨냐 하는데


마을 선교를 하자는 건지 뭐하자는 건지, 그 당시 이 좁은 면소재지에 시골 다방이 네 개나 아주 성업하고 있을 때 연일 전도지 들고 들어가 돌곤 했었는데


그때 서울에서 퇴근 후 내려와 다음날 종일 전도지와 고급진 선물을 들고 배척하는 마을 곳곳을 함께 다녀 주셨던 남선교회 집사님들은 평안들 하신 건지


이제는 다시 나의 마을로 돌아와 지쳐 놔뒀던 우물을 다시 파내 물길을 찾아내야 하고, 어느새 다 자라 세상에 응전하고 있는 교회 자녀들을 응원해야 한다


자칫, 저렇게 앞서 먹히고 마는 신세가 될지언정 ㅋ,ㅋ


-악어닷
-그럴리가
-악어여
-아녀 통나무
-악어란 말여 악어
-통나무여
-악어
-통나무
-악어라니께
-악어면 저리 가만히 있겠냐 통나무여
-하, 그리 못 믿어? 불텨? 악어지?!
-아하, 악어구나


-에? 통나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