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재 목사
"전광훈, 한국교회 망신 그만 시키고 조용히 물러나라"
입력 2019.06.07.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
■ 방송 : FM 94.5 (18:10~20:00)
■ 방송일 : 2019년 6월 7일 (금요일)
■ 대담 : 유경재 안동교회 원로 목사
◇ 앵커 이동형(이하 이동형)> 이른바 '보수 기독교계를 대표한다'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줄여서 '한기총'이라고 부르죠. 한기총의 전광훈 대표 회장의 정치 개입성 발언이 또 다시 논란입니다. "전라도는 빨갱이다," "주체사상을 종교적 신념의 경지로 만들어 청와대를 점령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연말까지 하야해야 한다," 이런 말이 목사님의 입을 통해서 나왔다는 게 믿기지 않는데요. 문제는 이 발언이 한기총의 이름을 달고 발표됐다는 점입니다. 파문이 확산되자 한기총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지, 기독교계 원로인 안동교회 유경재 원로 목사님을 연결해서 의견 들어보겠습니다. 목사님?
◆ 유경재 안동교회 원로 목사(이하 유경재)> 네, 안녕하세요.
◇ 이동형> 이번에 한기총 명의로 나온 전광훈 목사의 이야기는 문재인 정권으로 인해서 종북화, 공산화되어서 지구촌에서 대한민국은 사라질지 모른다, 그리고 대통령은 하야해야 한다, 이런 발언을 했는데, 듣고 어떤 느낌이 드셨습니까?
◆ 유경재> 그 사람의 헛소리를 한두 번 듣는 것도 아니어서 또 한 번 헛소리를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지만, 이번에는 그 정도가 심해서 정신병원에 입원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 이동형>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지난해 말에도 청와대로 진격해야 한다, 이런 말씀을 했었거든요? 지금 전광훈 목사는 왜 이렇게 과격한, 또 정치 개입성 발언을 계속 할까요?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 유경재> 자기가 정치하고 싶은 모양이죠.
◇ 이동형> 그렇습니까? 문제는 이번에 시국선언문이라고 냈는데, 전광훈 개인의 명의가 아니고, 한기총을 앞에 달고 냈단 말이죠. 단체명으로 냈는데, 언뜻 듣기에 교회를 다니지 않는 분이나 이런 분들은 한기총이 대한민국 개신교를 대표하는 단체가 아니냐,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단 말이죠. 한기총의 소속이 대한민국 개신교를 대표할 수 있습니까? 어떻습니까?
◆ 유경재> 한기총은 전혀 대표할 수가 없죠. 전에 처음 시작할 때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에 맞서는 보수적인 단체로서 연합회를 구성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때 참여했던 대교단들, 우리 예장통합을 비롯해서 감리교와 백석교단 같은 데에서 다 탈퇴를 했거든요. 우리가 2012년에 탈퇴를 했는데, 그 탈퇴한 이후 군소교단들로만 모인 한기총이라는 조직이 전혀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연합체가 될 수가 없고, 또 그렇게 누구도 믿지 않습니다. 물론 잘 모르는 사람드에게는 한기총이라는 이름이 익숙할는지 모르겠지만, 이미 한기총이라는 조직이 그 신뢰를 잃은 지는 오래됩니다.
◇ 이동형>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 개신교를 대신할 수 없다, 그리고 오히려 군소교단만 있다, 이렇게 말씀하신 것 같고요. 그런데 지금 전광훈 회장이 발표한 시국 선언문을 보면 6만 5000 교회, 30만 목회자, 25만 장로, 50만 선교가족, 이랬단 말이죠. 이것은 사실에 부합합니까?
◆ 유경재> 우리 기독교 언론인 뉴스앤조이 조사에 의하면 가짜뉴스입니다. 그 기사에 따르면, 현재 한기총에는 77개 교단이 참여하고 있고, 행정 및 가입 보류된 교단을 제외하면 63개로 줄어든다고 합니다. 참여하고자 하는 숫자는 다른 연합 기구보다 많은 편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군소교단이 대부분인 것입니다. 대한예수교 장로회라는 이름만 가진 교단도 수십 개가 되거든요. 그래서 이 교단들 모두 합해 봐야 제가 볼 때 200만도 안 될 것이라고 봅니다.
◇ 이동형> 지금 그래서 교회개혁실천연대,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이런 협회에서 전광훈 목사의 주장은 말이 안 된다, 기독교를 대표하지 않는다, 이렇게 목사님과 같은 이야기를 했는데요. 목사님도 아까 말씀하셨다시피 예장통합에 속하셨는데, 한기총을 탈퇴하지 않으셨습니까? 탈퇴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 유경재> 2012년 9월 총회 때 탈퇴했는데요. 그때 이게 한기총 회장 문제 때문에 탈퇴를 한 것 같습니다. 단임제로 순번제로 돌아간다는 개혁안을 냈는데, 그 개혁안을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그 당시 길자현 목사가 계속해서 두 번 회장을 하려고 하면서 결국 우리 교단이 탈퇴를 결정했고, 다른 연합체를 만들었죠. 한국교회연합회인가를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 이동형> 그 문제 때문에 대표 회장 선거 때 금권 선거, 이런 것 때문에 탈퇴하셨고요. 지금 기독교계 내부에서도 한기총, 그리고 전광훈 목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들었거든요. 어느 정도입니까?
◆ 유경재> 정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봅니다. 물론 한기총을 탈퇴한 교단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한기총 내부에서도 그 사람들이 제대로 신앙을 가진 사람이라면, 빨리 그 회장을 물러가게 하고, 조직의 결의 없이 단독적으로 그렇게 결의한 사람에 대해서 회장으로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면 그 연합기구는 더욱 몰락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 이동형> 그러면 목사님이 보셨을 때 한기총의 대표 목사라고 할 수 있는 전광훈 회장만 문제인 겁니까? 다른 목사분들, 혹은 신도들은 괜찮다고 보십니까?
◆ 유경재> 한기총뿐만 아니라 지금 전체적으로 한국 교회가 아시는 것처럼 명성교회 세습 문제라든지, 또 서울교회 분쟁이라든지, 사랑의교회 문제라든지, 이런 문제들로 인해서 이미 오랫동안 한국 교회의 위상이 추락되어 온데다가 그 사람이 그것을 더한 것뿐이죠. 위상을 더욱 추락시킬 뿐인 것입니다. 그 사람으로서 비로소 추락되는 것이 아니고, 이미 그 이전에 한국 교회 자체가 많은 문제를 안고 있어서 오늘의 이런 현상들이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이동형> 한국 교회의 문제점을 언급해주셨는데, 목사님이 예로 든 교회들이 소위 말하는 대형 교회들이거든요? 대형 교회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결국은 돈입니까?
◆ 유경재> 물론 돈에도 있고, 권력에도 있는 거죠. 결국은 대형화된다는 것은 힘이 생긴다는 것이고, 힘이 생기면 그것을 과시하고 싶어 하고, 그러면서 그런 세습의 문제도 나오고, 거짓말해가면서까지 그 자리를 보전하려고 하고, 아니면 분쟁이 생겨서 목숨 걸고 싸우고, 그래서 분열하고 그런 일들이 생기는 것이, 그리고 대형 교회가 문제를 근본적으로 안고 있음을 우리에게 증명해주고 있는 거라고 봅니다.
◇ 이동형> 교계 내에서도 이런 대형 교회 문제점에 대해서 비판 목소리가 많은 것은 사실이죠?
◆ 유경재> 네, 그렇습니다. 오랫동안 비판해왔고, 그래서 대형교회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왔지만, 그것이 한국 교회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가 박정희 정권으로부터 경제 성장을 추구하면서 한국 교회도 아울러 교회 성장을 추구해오면서 나타나는 결과라고 볼 때 한국 경제가 부익부 빈익빈으로 치닫는 현상처럼 교회 내에도 대형 교회와 소형 교회들, 이렇게 생기면서 그 간극이 커지고, 문제가 대형 교회로부터 비롯되고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 이동형>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상식처럼 되어 있는데, 지금 한기총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승만, 김영삼, 이명박 대통령처럼 장로 출신이 또 한 번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이런 주장 같습니다?
◆ 유경재> 그게 저는 기독교인이 대통령된 것을 기독교의 입장에서 잘된 일이라고 전혀 과거에도 생각하지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인데요. 전혀 아닙니다. 이게 교회는 언제나 그런 권력의 자리에 한 사람이라도 올라가면 거기에 함께 동승하려는 마음, 그래서 섬기는 교회가 아니라 섬김 받는 교회 자리에 올라가라는 것에서 문제가 생기고, 따라서 교회가 타락하게 되는 거죠.
◇ 이동형> 어제 문재인 대통령도 현충일 기념사에서 이제는 사회를 보수와 진보,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국민 통합을 위해서 한국 교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유경재> 그리스도인들이 자기 정체성을 먼저 회복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사랑과 희생을 근본으로 하는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되돌아가서 자기 정체성을 되찾을 때에만 국민 통합에 기여할 수 있을 거고, 그렇지 않고서 지금으로써는 할 일이 없고, 뒤로 물러나 회개하고, 기도하는 일밖에 없다고 봅니다.
◇ 이동형> 흔히 낮은 곳에서 임하라, 이런 이야기 많이 하지 않습니까?
◆ 유경재> 그렇죠. 우리가 낮은 곳으로 내려가야 할 때죠. 교회의 성장은 이제 멈췄고, 과거 그렇게 대통령 되던 일들, 그런 데 자꾸 회상에 잠겨 있을 것이 아니라 이제는 다시 제자리, 낮은 자리로 내려갈 때라고 봅니다.
◇ 이동형> 낮은 곳으로, 더 낮은 곳으로, 빈자에게 손을 내밀고, 그런 교회 정신이 필요하다, 이 말씀이군요?
◆ 유경재> 하나님께서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가라고 한국 교회 망신시키는 것 같습니다.
◇ 이동형> 네, 마지막으로 전광훈 회장에게 교계의 원로로서 한 마디 해주시죠?
◆ 유경재> 해봐야 듣지도 않겠지만, 한국 교회 망신 그만시키고, 조용히 물러나서 기도하면서 자기 자신을 돌아볼 것을 부탁하고 싶습니다.
◇ 이동형> 알겠습니다. 하나만 더요. 한기총이 처음부터 이러지는 않았잖습니까?
◆ 유경재> 처음부터 그러지는 않았죠.
◇ 이동형> 이렇게 변질됐다고 해야 할까요? 이유가 있습니까?
◆ 유경재> 그게 사회 변화도 관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민주화된 이후 우리 사회가 보수적인 세력들이 점점 강화되어 가는 것처럼 교회 안에도 그런 세력들이 과거와 다르게 점점 강화되는 데 그 원인이 있지 않나. 한기총의 경우는 그것이 극단적으로 나간 경우가 아닐까 생각을 해봅니다.
◇ 이동형> 알겠습니다. 오늘 어려운 인터뷰 감사합니다, 목사님.
◆ 유경재> 네, 수고하세요.
◇ 이동형> 지금까지 안동교회 유경재 원로 목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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