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직 매매? 임지 매매?
내가 잠시 전임 전도사로서 존경하는 마음으로 모셨고 지금은 은퇴하신 목사님이 그러셨다. “목회 너무 열심히 하면, 은퇴할 때 시험 들어...” 30년 넘게 한 교회를 섬기시며 몇 번의 교회당 증축과 신축을 해야 했고 그때마다 솔선하느라 퇴직금, 목회자 연금, 자녀들 학자금 모아둔 것 등을 모두 쏟아 넣으셨다. 결국은 빈손으로 은퇴해야 하는 상황을 걱정하셨던 건데, 생각해 보니 지금 내 나이쯤이셨던 것 같다.
우리 지역 주민들은 장로나 권사는 ‘돈 내고 사는 거’라고 한다. 심지어 교단을 만들어 몇백만 원씩 받고 목사 안수를 남발하는 일도 이미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그렇게 목사가 된 분들은 대부분 붉은 십자가 커다랗게 찍힌 ‘금박 성직자증’을 가지고 다닌다. 그야말로 명백한 ‘성직매매’다.
농촌에서 은퇴하는 목사 대부분은 생계 자체가 막막하게 된다. 교회에서 얼마간의 퇴직금을 적립해 준들 자녀들 학자금과 건축헌금 등으로 미리 소진된다. 목회밖에 모르는 부모를 만난 덕에 자녀들은 ‘가난 대물림’의 대표 주자가 된다. 우리는 ‘목회자 연금 제도’가 있지만 역시 교회당 건축헌금과 자녀 학자금 때문에 얻은 빚으로 이미 속 빈 강정이다.
그런데 이렇게 목회자 노후 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로 자칫 ‘능력 없는 목사’ 취급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노후 걱정할 일 없는 목사들과 장로들 얘기다. 작은교회 사정은 도시든 농촌이든 마찬가지겠지만 농촌교회에서는 시무하는 목회자 가족 자체가 부담 거리가 된 지 오래다. 난립하는 군소 교단도 아닌 거대 교단인데도 이미 목회자는 넘치고 임지는 오히려 줄고 있다. 그러게 진작에 신대원생 선발을 더욱 엄격히 하여 그 수를 조절했어야 한다. 신학대학을 방만하게 경영하고 무책임하게 목회자를 대량 생산한 관계자들을 이제라도 불러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최소한 그들이 호가호위한 것들이라도 모두 뱉어내게 해야 한다.
이렇게 목회자가 넘쳐나다 보니 현실적인 너무나 현실적인 일들이 일어난다. 은퇴하는 목사가 월세 집도 없어 교회 사택에서 퇴거하지 못한다. 교회도 주택을 마련해 줄 처지가 아니니 전세금이나마 대납할 수 있는 후임 목사를 물색한다. 개척교회의 경우는 목회자가 교회당의 월세 부담을 지고 있으니 후임자가 그 보증금을 안고 부임한다.
여기까지만 해도 사실 뭐라 말하기 어렵다. 그런데 처음부터 교회의 채무를 청산해 줄 목회자를 구한다거나, 원치 않는 목사를 내보내려 적잖은 전별금을 주고받거나, 아예 후임자에게 얼마를 요구하거나, 심지어 ‘임지 소개비’까지 대놓고 요구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어렵지 않은 교회들도 이제는 재정지출을 줄이려고 사택을 자체 조달하는 목회자를 구하게 된 지 벌써 오래고, 또 그 부담을 넘겨받을 수 있는 후임자를 물색한다.
‘성직매매’ 아닌 ‘임지매매’는 누구도 고의로 시작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지금 남 말할 처지가 아니다.
/계속 (聾)
'[갈릴리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장(PCK) 농어촌목회자협의회 (0) | 2019.07.16 |
---|---|
[한마음 칼럼] "그 외제차를 위한 변명" (0) | 2019.07.13 |
[한마음 칼럼] "두 장의 목사고시 합격증" (0) | 2019.07.01 |
농촌교회 지원?? 저온저장고를 지원하는 게 워떠신감?! (0) | 2019.06.30 |
[한마음 칼럼] "성경책 없는 교회 만들기?" (0) | 2019.0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