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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리 칼럼]

[封駁/諫諍] 협동조합, 왜 굳이 그걸 하려는 건가?

by 농자천하/ 2015. 10. 30.

[封駁/諫諍] 2015.03.03


007 / 협동조합, 왜 굳이 그걸 하려는 건가?



“협동조합, 왜 그걸 교회에서 하려는 건가?”협동조합이 오늘날 한국교회를 갱신하고 다시 세울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여기게 된 건 지난 ‘UN 제정, 세계 협동조합의 해’였던 2012년 연초였고 그것이 2006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빈민은행’의 정신과 목표와 상통한다는 것을 알게 된 다음이었다.

‘빈민은행(그라민은행)’은 대표적인 빈민국으로 알려진 방글라데시에서 시작된 특별한 금융 시스템이다. 이는 당시 치타공과대학 경제학과 교수 무하마드 유누스 씨가 1976년 설립한 ‘무담보 신용대출’은행이다. 방글라데시에서도 또 다시 극빈자로 분류되는 계층에게 획기적으로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준 뒤, 아주 조금씩 오랜 기간에 걸쳐 갚아가도록 하는 소액 장기저리 신용대출은행이다. 2008년 현재 1,175개 지점, 약 3조 4천억 원의 대출로 30여년 동안 1,700여 명 이상이 도움을 받았다.

이 그라민은행은 대출 상환을 하지 못해도 법적 책임을 묻지 않기로 유명한데, 그런데도 대출금 상환율이 세계 은행 중 최고로 설립 이후 연평균 90% 이상이라고 한다. 이 은행은 ‘전쟁 퇴치’와 함께 인류의 최대 과제인 ‘빈곤 퇴치’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은행은 단순히 저리 신용 대출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빈민들의 경제적 독립을 위하여 창업 상담과 철저한 사후 관리로 자활을 돕는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어떤가? 예수 그리스도인이라고 하는 우리의 가슴이 뭉클해 지지 않는가?

기독교 정신의 최고 실천 중 하나로 보이지 않는가 말이다. 우리에게도 이렇게 ‘사람 살리는 제도’, ‘사람을 위한 금융 시스템’이 있었더라면 지난 2012년 2월의 ‘세 모녀 자살 사건’과 같은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한 월세 집에 거주하던 이들은 아버지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경제적으로 급격히 추락했다. 큰 딸은 고혈압과 당뇨로 경제활동이 불가능했고 병원 치료도 멈추고 있었고 어머니가 빙판길에 넘어지는 바람에 그나마 수입이 완전히 끊긴 상태였다.

우리 사회의 이런 비극들에 대해서 그 어떤 응답은커녕 그 어떤 공감도 일지 않는 것이 오늘날 한국교회란 말인가? 어째서 그 엄청난 예산을 가진 교회들은 멀쩡한 교회당을 다시 짓고 또 다른 부동산을 사서 숨겨두는데 급급한가? 그리고 이런 사회적 운동을 하는 그리스도인들을 도리어 좌파 운운 하면서 두려워하는 것인가? 이런 그리스도 정신을 보다 현실적으로 실천해 갈 수 있는 활용 도구로 ‘협동조합’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2년 12월 ‘일반 협동조합 법’이 공식 제정되었다.

그런 것을 굳이 해야 해? 어쨌든 교회는 잘 유지되고 있는데?라는 생각들이 지배적이다. 적어도 그러하기에 오늘날 한국교회는 이미 재생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다고 단언하게 된다. 다행히 우리 충남노회에서도 아마 전국 노회들 중 최초로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있다. 하지만 노회 협동조합 없이도 그동안 농-도교회 직거래를 잘 해 왔으니 그걸 이웃 교회들과 나눌 이유가 없다거나, 일단 가입해 두면 언젠가 도움이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들이라면 충남노회 협동조합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

그 무엇보다도 위에 이야기한 그리스도 정신의 실천에 대한 ‘절박감’이 없으면 차라리 하지 않느니만 못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협동하여 함께 손잡고 다 같이 살아가는 조합이 곧 교회의 또 다른 일면이라는 확인이 있고 그것을 어떻게든 함께 일구어 보자는 간절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일어난다면 함께 참여해 주어야 한다. 주님께서 우리를 이리로 부르고 계시는 것이다. “협동조합은 하나의 사업적 속성을 가졌지만, 그것의 성패는 참여자들의 정신/가치관/관점에 달렸다.”

더 늦기 전에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왜 협동조합을 하려는 건가?”“나는 협동조합을 하지 않으면 정말 안 될 만큼 절박한 건가?”“나는 굳이 다른 이와 ‘협동’이라는 걸 하려고 하는가?”“지금 또는 앞으로도 이 협동조합이라는 것은 나의 신앙적 사회적 가치 실현 욕구 또는 나의 실질적인 소득/생계를 위해 절실한 것인가?”그러므로 현재 우리 충남노회 협동조합의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거나 관심이 있는 분들은 무엇보다도 ‘협동조합이 무엇인가?’공부해 주어야 한다.

협동조합 운동이 인류를 구할 하나의 대안이며 신 구교를 망라한 기독교 복음의 실천적 차원에서 대안 중 하나라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 협동조합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어떻게 실천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먼저 관심을 갖고 고민하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길 바란다. (聾)



원글 보기 : 충남노회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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