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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리 칼럼]

[한마음 칼럼] 나는 왜 농목으로 사는가 39

by 농민만세 2020. 5. 30.

한마음 칼럼 : “농목으로 사는 이유”


전 교회당 대지를 구매하여 이사 오신 분은 평생 하던 일에서 은퇴하시고 편안한 노후를 보내려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떤 개인이 아닌 교회가 사용하던 땅이니 당연히 모든 일이 순조롭게 되리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와는 정반대로 막상 사택을 수리하고 교회당 건물을 다세대 주택으로 개축하려고 하니 그동안 숨겨져 있던 일들이 쏟아져 나왔다.

우선 겉보기와는 너무나 달리 엉망으로 공사가 된 교회당 건물에 놀랐다고 했는데, 정말로 심각했던 일은 다른 두 가지였다. 하나는 그동안 제대로 된 정화조도 없이 사용했던 옛 건물이었기에 정식으로 정화조를 설치해야만 종교용 대지를 일반 주거용 대지로 지목변경이 가능하고 교회당 건물을 다세대 주택으로 개축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일이었다.

사실 이 일은 10년 넘도록 어지간히 힘들게 한 문제 중 하나였다. 하수시설이 없는 시골이었기에 생활 하수를 아래쪽 밭 도랑에 그대로 흘려보내고 있었는데, 해마다 장마 때면 밭으로 흘러넘쳐 마구 역정 내는 말을 들으며 십여 미터의 도랑을 매년 파내 줘야 했다. 그래서 아예 그곳을 모래가 나올 때까지 어른 키 정도의 깊이로, 삽으로 파내고 시멘트 블록을 쌓는 공사를 혼자 하는데 꼭 두 주간 걸린 일도 있었다.

그러니 교회를 믿고 이사 오신 분이 무슨 잘못이겠는가. 정화조를 제대로 설치하려면 바로 그 아래쪽 밭을 가로질러 관을 묻어야 했기에 그 밭 주인에게 인감도장이 날인된 정식 동의서를 받아 주어야만 해결되는 일이었다.

또 한 가지는 교회당 번지수에 있지도 않은 웬 건축물이 하나 대장에 올라있는 문제였다. 역시 이것도 해결되지 않으면 그 땅을 구매하신 분이 아무런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군청을 몇 번씩 찾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유령 건물의 소유자는 교회당과 한참 떨어진 데 사는 마을 주민이었다. 무려 20년 전에 그 집을 신축하고는 어째서 교회당 번지로 건축물 신고를 한 것인지 담당 공무원도 처음 보는 일이라고 했다. 다시 군청을 찾아가서 혹시 수기 건축대장을 전산화하는 과정에서 오타가 난 것이 아닌가 이의를 제기하고는 옛 수기 건축대장을 찾아내 확인해 보자고 담당자를 설득했다. 확인해 보니 이상하게 처음부터 그렇게 등기가 된 것이었고, 그 건물을 신축하고 그렇게 등기를 낸 당사자는 다름 아닌 바로 ‘그 장로’였다.

그 이웃 주민에게 ‘그동안 이걸 몰랐냐, 지금 사는 집은 무허가 건축물이다’라고 이야기했더니 그분은 큰 충격을 받고 펄쩍 뛰면서 ‘또 교회가 남의 땅을 어떻게 하려는 거냐?’고 하며 전후 사정을 설명하는 말을 도무지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나는 지금도 그 한 마디가 귀에 쟁쟁하다. “또 교회가?!” 그러니까 주민들은 ‘그 장로’의 그런 행위들을 ‘교회가 하는 일’로 여기고 있었다는 것 아닌가.

2011년 성탄절을 앞두고 있던 그때 나는 또다시 눈앞이 캄캄해졌다. /계속 (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