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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학연구소/[농촌 농업 기후]

치솟는 농업 경영비, 농업 선진국의 사례는?

by 농민만세 2020. 9. 14.

https://m.nongmin.com/news/NEWS/POL/ETC/326757/view

/ 농민신문

“치솟는 농업경영비, 농가 살림 안정 위해 변동성 완화해야”

농경연, 보고서 발표
농업총수입서 비중 70% 달해
사료비 영향 많은 축산업 위해 
간척지 사료작물 재배 확대 염해에 강한 품종 개발해야 
시설원예는 연료비 변동 커 지열·폐열 이용 난방 지원 도움

‘농업투자계정’ 제도 등 필요

갈수록 가중되는 농업경영비는 농가 살림을 팍팍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농산물을 팔아서 버는 돈은 줄어들지만 농사짓는 데 드는 돈은 나날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농가의 경영안정을 위해 널뛰는 농업경영비의 변동성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갈수록 치솟는 농업경영비=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농업경영비 변동 위험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과거에는 농업총수입 대비 경영비 비중이 작아 생산량, 농가 수취값 변동이 농업소득 변동의 주요인으로 인식돼왔다”며 “그러나 경영비 비중이 점차 증가하면서 경영비 변동이 농업소득 변동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농업총수입에서 농업경영비와 농업소득 비중은 각각 70.2%와 29.8%였다. 1990년에 70%에 육박했던 농업소득 비중은 점점 감소해 2000년대초 40%대, 2000년대 중후반 이후 30%대로 낮아졌고 지난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30년 새 농업경영비와 농업소득의 비중이 완전히 뒤바뀐 셈이다.

이런 현상은 농업총수입이나 농업소득보다 농업경영비의 증가율이 월등히 높은 데서 비롯됐다. 농업총수입은 1990년 907만8000원에서 지난해 3444만원으로 4배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농업소득은 626만4000원에서 1026만1000원으로 채 2배도 늘지 않았다. 반면 농업경영비는 281만4000원에서 2417만5000원으로 9배 가까이 뛰었다.

◆사료비·연료비 등 변동성 완화해야=농경연은 농업총수입에서 농업경영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만큼 농업경영비 변동이 심해지면 단기적으로 농가경영에 위험이 닥칠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변동 위험이 큰 농업경영비를 파악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농업분야별로 보면 축산업에서 변동 위험이 큰 경영비는 국제 곡물가격에 큰 영향을 받는 사료비다. 이에 오래전부터 국내 사료 원료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농지 확보문제 등으로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농경연은 간척지를 중심으로 사료작물 재배를 확대하는 한편 염해에 강한 품종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농가에서 완전배합사료(TMR)를 자체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을 주문했다. 농경연에 따르면 대부분 대규모 비육우농가들은 2000만∼3000만원 상당의 자가 TMR제조기를 이용해 TMR을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20∼30%의 사료비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따라서 중소규모 농가에도 TMR제조기 보급을 지원하는 사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시설원예분야에선 연료비·전기료 등 수도광열비가 경영비 변동의 큰 요인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시행 중인 농업에너지이용효율화사업은 지열·폐열·공기열을 이용한 난방 방식을 제공함으로써 유류 사용량을 줄이고 수도광열비의 변동성을 축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사업비가 커 자본이 풍부한 일부 농가들만 사업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농경연의 분석이다. 따라서 소규모 농가의 진입 장벽 완화를 위해 사업비를 한층 낮춘 기술의 개발이 요구된다.

2015년 법 개정으로 경유가 면세유류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농가가 난방용으로 등유를 주로 사용하는 것도 문제다. 효율성이 낮은 등유는 경유에 비해 많은 양을 써야 한다. 그만큼 등유보일러 사용 농가는 국제 유가 급등 혹은 환율 급등 사태 때 경영비 변동 위험에 크게 노출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농가가 효율성이 높거나 비용 변동성이 낮은 원료로 난방 방식을 변경하도록 유도하는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선진국 제도 벤치마킹 검토해야=농경연은 농업경영비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 도입도 제안했다. 미국에선 식량작물과 낙농업분야에 ‘마진보험’을 시행하고 있다. 농산물가격에서 경영비 혹은 면적당 수입에서 면적당 경영비를 차감해 산출한 마진이 일정 수준보다 낮으면 차액을 보전해주는 제도다. 농업수입뿐 아니라 농업경영비를 고려한다는 점에서 농업수입(收入)보장보험과 차이가 있다.

캐나다에는 농가인정소득의 최대 1.5%를 금융기관에 예치하면 정부가 매칭펀드로 동일한 금액을 보조하는 ‘농업투자계정’ 제도가 있다. 적립된 금액은 ▲농작물 피해 발생 ▲가격 하락 ▲경영비 상승으로 농가소득이 기준 소득 아래로 내려갈 때 인출해 사용할 수 있다. 은퇴 등으로 농사를 접을 때도 적립금을 찾을 수 있어 저축의 개념에 가깝다.

김태후 농경연 부연구위원은 “정확한 농가소득을 파악하기 어려운 우리나라에선 작목 생산 면적별 평균 수입액 등을 활용한 한국형 농업투자계정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농가 스스로 경영비와 수입 변동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