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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학연구소/[농촌 농업 기후]

"논, 왜 지켜야 하는가" 우리가 모르는 엄청난 논의 가치

by 농민만세 2020. 10. 1.

논, 왜 지켜야 하는가(1)

장택희
 https://m.blog.naver.com/jth0513/100019848751

   농촌인구는 자꾸 줄어든다고 하고, 그나마 남아계신 농부들의 나이는 자꾸 많아진다고 합니다. 어떤 이는 우리물건 외국에 팔기 위해서는 외국의 농산물을 사주어야 하지 않느냐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저에게는 이 짧은 글속에 우리농촌을 살려 낼 대책을 담을 능력이 없습니다. 그저 육감처럼 벼농사와 논이 없어져서는 안되겠다는 절박한 마음을 가지고 지내오다가 농업에 관해 전문가들이 쓴 『논 왜 지켜야 하는가』(도서출판 따님)를  읽고 벅찬 느낌을 받아 여기에 소개하고자 합니다. 제 글이 미흡하신 분은 위의 책을 꼭 한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이땅에 농경생활이 시작된 것은 대체로 8,000년전인 신석기시대부터라고 합니다. 여러 유적지에서 탄화된 피와 조가 발견되어 이때 이미 잡곡을 가꾸었음을 증거하고 있답니다.  5,000년전의 것으로 보이는 왕겨상태의 벼가 나오는가 하면 경기도 여주 흠암리 유적에서 나온 탄화미(炭化米)는 3,000년전의 쌀알의 모습을 저에게 그대로, 3,000년을 뛰어넘어 감동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벼농사의 역사가 적어도 3,000년이상이 되었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부근에는 독특하고 뚜렷한 몬순기후(계절풍)가 나타나고,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에 동서로 걸쳐 형성되는 강우전선은 매우 중요한 기상현상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1년 강수량의 무려 절반이상이 여름철(6-8월)에 내립니다. 그중에도 7-8월에 많이 내리는데 이는 많은 물을 필요로 하는 벼농사라 해도 많은 양이지만, 우리조상들이 밭농사보다는 벼농사를 선택하게 한 근본적 이유일 것입니다. 그러한 우리조상들의 선택이 옳았음을 지난 3,000년의 벼농사역사가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으십니까?

   그러면 논은 우리에게 벼를 제공하는 외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그에 앞서 흙이 하는 다양한 일들 중에 환경보전 측면에서의 기능을 알아보겠습니다.

   ①흙은 흙속으로 들어오는 여러가지 성분의 창고구실을 하면서, 식물들에게 영양분을 공급합니다. (이온교환작용)

   ②살아있는 흙속에는 헤아릴 수없이 많은 미생물들이 있어서 토양으로 들어온 유기물 등의 성분을 식물이 흡수할 수 있도록 분해합니다.(분해작용)

   ③흙은 전기적인 인력으로 양전기를 띠는 중금속성분들을 흡착시켜 걸러내는 작용을 합니다. 또한 음전기를 띠는 물질들은 토양입자들과의 화학결합 또는 물리흡착을 통해 걸러지므로 지하수오염을 방지하는 유일한 천연여과기입니다.(여과작용)

   도시고 농촌이고 툭하면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포장하려는 이 시대야말로,  큰 재앙을 당하기 전에 흙의 위력과 고마움을 깨달아, 흙을  살려내려는 노력이 시급히 필요한 때입니다.

   논의 기능으로 가장 먼저 들어야 할 것은 아마도 홍수조절기능일 것입니다. 홍수는 우리민족이 거의 해마다 겪어야 하는 기상재해로서, 벼농사기간인 이때 논에 물을 가두기 위한 논둑은 거대한 댐의 둑과 같은 작용을 합니다. 보통 논둑의 높이는 27 ㎝, 벼재배에 알맞은 담수깊이는 4 ㎝,  홍수기간중 논바닥을 통하여 빠져나가는 물의 깊이가 약 4 ㎝라고 하므로 결국 홍수 때 논이 물을 가둘 수 있는 깊이는 약 27 ㎝가 됩니다. 이것을 우리나라 전체 논면적(134만 5천 ㏊ - 1 ㏊는 100 m×100 m = 10,000 ㎡의 넓이입니다.)에 대하여 계산하면 약 36억톤(물 1톤은 1 ㎥)이 됩니다. 이는 춘천댐 총저수량 1억 5천만톤의 24배에 해당합니다. 이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해 보겠습니다.

   ∙댐건설에 드는 비용 계산 - 이만한 물을 가둘 수 있는 댐을 건설하려면 논의 가능저수량(36억톤)×댐 건설비용(4,315원/톤) = 15조 5,340억원

   이것으로 다일까요? 댐을 건설한 후 연간 유지관리비용은 논의 가능저수량(36억톤)×다목적댐의 홍수조절비용(439.55원/톤) = 1조 5824억원으로 추산됩니다. 또한 댐을 건설한다면 수몰면적이 생길 것이요, 그에 따른 생산의 손실만큼 논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겠습니다. 예상 수몰면적을 논밭 3,215㏊, 임야 2,594㏊라고 하면 그 생산량에 해당하는 평가액은 연간 약 66억원입니다.(그안의 생태계의 파괴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더구나 댐의 경우 그 수계(水系)가 거느린 유역의 일부에 있어서만 홍수조절기능을 가지지만, 전국의 논은 적은 양의 물을 여러군데에 분산저장하므로써 전국적으로 홍수조절기능을 발휘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지적하고자 합니다.

   물의 중요성은 이난을 통해서도 몇차례 말씀드린 바가 있는데, 논의 기능으로서 두번째로 들고 싶은 것은 지하수를 함양하는 기능입니다.

   우리나라 논의 총면적에 대하여 산출한, 지하로 침투되는 물의 양은 약 350억톤인데 이중 55%는 하천으로 흘러가고 45%인 157억 5,000만톤은 지하수로 저장된다고 합니다. 이는 소양강 댐의 유효저수량 19억톤의 8.3배요, 우리나라 전국민이 쓰는 수돗물양(58억 3,000만톤)의 약 2.7배나 되는 막대한 양입니다. 앞으로 물수요량의 충당을 위해서는 지하수에 의존하는 비율이 점차  높아질 것입니다. 이러한 때에 생수시판과 더불어 무분별한 지하수개발이 마구 저질러지고 있음은 많은 뜻있는 사람들의 걱정꺼리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풍부하지 않은 지하수를 마구 퍼올려 써버린다면 지반이 쭈그러지면서 가라앉는 이른바 지반침하라는 재앙이 발생될 수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지나친 지하수 사용으로 2 ㎝이상 가라앉은 지역이 5만 ㏊, 4㎝ 이상-2만 5천 ㏊에 이른다고 합니다. 대만 따이충시의 해안에서는 지하수 과다사용으로 매년 지반이 50-60 ㎝씩 침하하여 해수면보다 낮아지고 있으며, 미국의 휴스톤에서도 건물이 해마다 20-30 ㎝씩 땅속으로 함몰되고 있어 지하수를 함양하기 위해 주위에 논을 조성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세계 곳곳의 사례를 볼 때 논의 지하수함양기능은 단순한 경제적 가치만으로는 다 평가될 수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세번째로는 논의 여름철 대기냉각효과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여름 한낮에 마당에 물을 뿌리면 시원해지는 것을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했을 것입니다. 이는 물이 액체상태에서 기체상태인 수증기로 변화될 때 막대한 양의 증발잠열을 주위로부터 빼앗아가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나라 전체에 고루 퍼져있는 담수상태의 논이 없어진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운 여름날씨를 감당해야합니다. 논의 대기냉각효과를 에어컨을 가동시켜 얻으려면, 일본의 자료를 근거(원유 0.57 ㎘/물 1톤)로 할때, 약 4,600만 ㎘의 원유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는 원유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키는 문제, 대기오염문제, 에어컨 생산과 폐기문제 등 연관된 문제가 하나 둘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환경보전기능(토양유실방지, 지하수오염 감소, 수질정화, 대기정화)과 생태계보전기능 등을 언급해야겠지만 지면관계상 다음 달로 미루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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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왜 지켜야 하는가(2)
                              
   지난 달에 말씀드린 논의 기능을 정리하면 홍수조절기능, 지하수함양기능, 대기냉각효과입니다. 전달의 내용을 다시한번 읽으시면 이글의 내용을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위의 세가지 기능에 이어 네번째로 논의 환경보전기능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토양유실방지 -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이 토양은 이온교환작용, 분해작용, 여과작용을 통해 수많은 작물을 키워냅니다. 그런데 이런 능력을 가진 흙이 지구위에 아무데나 무한정으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암석이 풍화되고 쌓여서 1 ㎝ 두께의 살아 있는 흙이 되기까지는 약 200년이 소요되는데, 이런 흙은 보통 지표로부터 1 m 이내에만 분포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간 약 0.4 ㎝ 두께의 흙이 유실되고 있으므로 2~3년마다 200년의 소중한 결실을 잃어버리는 셈입니다. 농사짓는 분들에게는 토양의 유실이 마치 몸에서 살이 떨어져 나가는 것처럼 느껴질수도 있는 일이겠지만, 관심이 덜한 분들을 위해 경제적인 비용으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우리나라 밭 가운데 토양이 쉽게 유실되는 경사 7% 이상의 밭면적은 54만 875 ㏊이며, 유실되는 흙의 양은 연간 약 2,600만톤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때 씻겨내려가는 흙을 논이 받아 보존하므로써 토양유실을 막는 것입니다. 만일 논이 없어서 경사진 밭으로부터 유실되는 흙이 모두 하천으로 들어간다면, 국내 준용하천의 전체길이를 26,238 ㎞ 평균너비를 2 m로 계산할 때 바닥을 41 ㎝나 높이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해마다 이렇게 흙이 쌓인다면 냇바닥이 들판보다 높아지는 천장내[天井川]를 이루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이때 밭에서 유실된 흙을 객토로써 제자리에 돌려 놓는다고 가정하면, 객토작업에 들어가는 최저비용(톤당 7,940원)을 적용한다 하더라도 전체비용은 무려 2,061억원에 달합니다. 또한 토양이 유실되면 이와 함께 여러가지 비료성분도 없어지므로 땅은 양분이 부족한 척박지가 되고 하천은  그 비료성분으로 오염됩니다. 수질오염의 주요원인인 동시에 작물에게는 필수성분인 질소가 토양과 함께 유실되는 양은 연간 28,610톤인데 이 양을 화학비료 값으로 환산하면 112억원 정도입니다. 만일 이같은 논의 토사유출 방지편익을 사방사업이나 댐건설비용으로 평가하면 약 667억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지하수 오염저감 - 질소비료는 작물의 생육과 수량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흙에 남거나 땅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를 오염시킵니다. 특히 질소비료는 음이온인 질산태 질소(NO3-N)의 형태로, 토양입자에 흡착되지 않고 (같은 음전기를 띠기 때문) 물을 따라 흘러서 결국 지하수로 들어가게 됩니다. 지하수에 질산태 질소의 농도가 심해지면 사람이나 가축이 계속 마실 경우 저산소증, 청색증, 암 등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2~3년전 국내에서 지하수를 먹인 갓난아이가 청색증으로 죽었다는 기사를 읽고 대상을 알 수 없는 분노와 고통으로 며칠을 지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러나 물을 가두어 농사짓는 논의 질소는 양이온인 암모니아태 질소 (NH₄-N) 로 대부분이 토양표면에 달라붙게 되므로 지하수를 더럽히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산소가 있는 땅가장자리에서 생성된 질산태 질소(NO₃-N)는 탈질균(脫窒菌)들의 호흡작용에 의해 이산화질소나 질소가스로 바뀌어 공중으로 날아가므로 논은 질소양분의 저장소이자 지하수오염을 막는 청소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게 되는 것입니다.

 ∙수질정화 - 사람들이 함부로 버리는 더러운 물은 거의 모두 국토의 실핏줄처럼 흐르는 준용하천으로 흘러 들어옵니다. 항상 일정한 양의 물을 필요로 하는 벼농사에는 바로 이런 오염수와 폐수가 쓰이고 있는 셈입니다. 이물이 논을 거치는 동안 질소는 52.1~66.1%, 인산은 26.7~64.9%가 정화됩니다. 특히 벼가 흡수하고 남은 인산은 논흙에 고정되므로 그만큼 수질은 정화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농업용수로 사용되는 94개 주요 하천수의 평균 오염성분을 고려하여 논에 의해 정화된 만큼을 정화시키려면 1년에 21만 6,310톤의 산소가 필요하게 됩니다. 이런 논의 수질정화능력을 폐수정화처리 시설비로 환산해 보면 5조 9,600억원으로 비자금 운운하며 인구에 회자되었던 4,000억원의 무려 15배에 달하는 액수가 됩니다.

 ∙대기정화 - 산업혁명이후에 급속도로 진행된 산업화는 막대한 에너지소비를 야기시켰습니다. 이에 따른 화석연료의 대량소비는 대기중의 이산화탄소양을 급격히 증가시켜 지구에 도달한 태양에너지를 가두어 두는 온실효과(greenhouse effect)를 일으키게 됩니다.   이로인해 「지구온난화」라는 전지구적인 재앙이 인류의 새로운 걱정꺼리로 떠오르고 있으며, 세계는 지금 이러한 파국을 막는데 온갖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식물은 광합성작용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재료로 하여 유기물을 합성하는 한편 산소를 방출하므로 「지구온난화」를 막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가 있습니다. 브라질의 아마존강 유역의 울창한 열대우림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저장․정화하는 동시에 막대한 양의 상소를 방출하므로 지구의 산소공장, 또는 지구의 허파라고 불립니다. 한편 벼가 대기에서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우리나리의 쌀과 볏짚을 고려할 때 1,630만톤에 달하는데 이는 보리 등 9종의 다른 곡물이 1년간 흡수하는 양의 6배가 넘습니다. 이를 화학적인 방법으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비용으로 환산해 보면 4,178억원이 됩니다. 아울러 벼가 논에서 자라는 동안 광합성과정을 통해 배출되는 산소의 양은 1,230만톤에 이르는데 이를 시중의 산소가격으로 따지면 5조 2,800억원, 공업용 산소의 제조원가로 따진다고 해도  그 가치는 2조 3,900억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와같이 논은 쌀을 생산하기 위한 농업공간의 기능 뿐만 아니라 날로 악화되고 있는 환경을  정화하는데 절대적인 공익기능을 다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환경을 악화시키는 다른 산업과 비교하여 벼농사가 우리에게 기여하는 부가가치를 재평가함은 물론,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는 산업으로서 그 중대한 필요성을 인식하여 더욱 큰 노력과 투자를 쏟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