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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학연구소/[농촌 농업 기후]

쌀, 벼 이야기,,, 논(畓)의 놀라운 가치를 아시나요?

by 농민만세 2020.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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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이야기

말콤 글래드웰은 그의 저서 "아웃라이어"에서 아시아인 수학을 더 잘하는 이유로 쌀농사를 얘기한다. 농사는 대부분이 가는 농사, 즉 풀을 뽑아주고 쟁기질을 통하여 나무나, 씨를 뿌리고 그냥 두면 되는 말 그대로 땅을 갈고 나서는 그리 바쁘지 않은 것이나. 쌀농사는 짓는 농사, 즉 만들어 가는 과정의 농사로서 중국, 한국, 싱가포르, 대만 등의 아시아인들이 수학을 더 잘하는 역사적인 요소로 이야기하고 있다.

쌀농사는 논의 복잡한 두렁은 물의 드나듬을 고려하여야 하고,
- 논두렁은 물길과 닿아 있어 물의 양을 조절 가능하여야 하며,
- 논바닥은 진흙 바닥으로서 물을 가두어 둘 수 있을 만큼 적당히 단단하여야 하고,
- 여기에 벼를 심과 벼를 지탱하여 줄 수 있을 만큼의 적당하게 부드러운 진흙층이 있어야 하고,
- 시기에 맞게 적절한 양을 조절하며 비료나 퇴비를 주어야만 제대로 된 수확을 거둘 수가 있고,
- 파종 시에는 여러 가지의 볍씨를 나누어 시작하여 한 종의 볍씨에 대한 위험도를 예방하고,
- 모내기를 통하여 한여름과 수확할 때 가지의 관리를 고려하며,
- 이모작을 위해 수확기에는 집중적인 일손을 요구하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만들어 가는 것이 바로 벼농사이므로 벼농사를 짓는 아시아인들은 예로부터 머리를 많이 사용하여야 하였고, 이로서 수학을 더 잘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크지 않은 논에서 한 식구를 먹여 살릴 양식을 재배하여야 하므로 철저한 시간 관리와 머리싸움이 많아왔다는 것이다.

밀농사는 아시아에서의 논농사와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인들은 예로부터 새벽부터 논에 나가서 물(보)를 맞추고, 잡초를 제거하고, 논두렁을 다듬는 등등의 일부터 시작하여 겨울에는 새끼줄도 꼬고, 가마니도 만들고, 바구니도 만드는 등등의 부업을 통하여 일 년에 약 3,000시간 이상을 일한다고 한다.

반면에 서양에서는 농노들도 매일 오전 정도만 일을 하여 일 년에 약 1,200시간의 일만을 하였다. 근면함의 차이에서 아시아인들의 똑똑한 머리의 기원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왜 우리 민족을 포함하여 인도, 동남아시아 사람들은 쌀밥을 먹었을까? 이는 단순한 기호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다.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벼농사를 지어야 수많은 사람이 먹고 살 수 있었던 것이다. 18세기 중엽 유럽에서는 밀을 1알을 뿌리면 6알을 수확할 수 있었다. 이에 비해 쌀은 1알을 뿌리면 평균 25알에서 30알 정도를 수확했다.

그러므로 이중환(1690-?)은 <택리지>에서 볍씨 1말을 뿌려 60말을 거두면 살기 좋은 곳이고 40, 50말을 거두는 곳이 그 다음이며 30말을 거두면 살기 힘든 곳이라 하였다. 벼농사는 노동량이 많이 투여되기는 하지만 여러 사람을 먹여 살릴 수 있었던 것이다.

쌀은 경지 이용도와 단위 면적 당 생산량 모두 높았다. 쌀을 재배하여 100명이 먹고 살 수 있는 넓이의 땅에 밀을 심으면 75명이 먹고 살 수 있고, 목초지를 만들어 고기를 먹는다면 9명이 먹고 살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쌀농사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충북 청원군 옥산면 소로리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볍씨가 출토됐다. 이 청원 소로리 볍씨는 1997~1998년 오창과학산업단지 건설 예정지인 옥산면 소로리의 문화유적 지표조사 과정에서 발견됐다. 당시 출토된 볍씨는 고대벼 18톨, 유사벼 41톨 등 모두 59톨이었다.

이전에 가장 오래된 볍씨로 알려진 것은 중국 호남성 옥첨암 동굴의 순화볍씨보다 3000~4000년 앞선 기록이다. 하지만 이 벼는 확실이 재배벼라고 단정할 수 없다. 한국 재배벼의 조상이며, 순화 초기의 벼라고 볼 수도 있다고 보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한다.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은 야생벼는 낟알이 자연적으로 잘 떨어지는 탈립성을 나타낸고 재배벼는 소지경 상태가 매우 거칠고 탈립성이 적다.
고고학자들은 중국 양쯔강 유역에서 8000~9000년 전에 벼농사가 시작됐고, 인도 겐지스 지역에서는 4000년 전에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역상과 이주하는 농부에 의해 중국에서 인도로 벼가 전해졌고, 이 벼가 인도 야생 벼와 섞이면서 새로운 품종이 됐다고 설명했다.

벼는 본디 여러해살이풀이었지만 인간이 길들여 한해살이풀이 되었다. 볏과 식물의 가장 큰 특색은 대나무처럼 줄기 가운데가 비어 있는 것이다. 줄기 가운데가 비어 있으므로 물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다. 이점이 벼 재배의 특성이다.

실제로 벼는 밭에서도 키울 수 있지만 그러면 잡초의 피해가 너무 심해진다. 논에 물을 채워두면 어지간한 잡초는 숨을 쉴 수가 없어서 자라지 못하기에 벼의 성장이 좋아지고 소출도 많아지는 것이다.

논이 가두어 놓는 물은 지하수를 늘리는 역할도 한다. 논은 매년 54억 5천톤의 물을 지하수로 저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1년간 전 국민이 사용하는 물 68억 7천톤의 약 80%에 해당하는 양이다.

또한 논이 저장하는 물은 한여름 적당량이 증발되면서 대기의 온도를 낮춰주며 논에서 자라는 벼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연간 1천28만톤(1ha당 연간 9톤 정도)의 산소를 발산하여 대기를 맑고 신선하게 한다.

2008년 경남 창원에서 열린 제10차 람사르 총회에서 논이 ‘놀랄만한 아시아의 습지’로서 주목을 받으며 주요의제로 부상하였다. 2005년 일본 카부쿠리 논이 최초로 람사르 습지에 등록된 바 있으며, 창원 총회를 앞두고 매화마름 군락지인 강화도 논이 람사르 습지로 공식 등록됐다.

논이 쌀의 생산 공간이라는 인식을 넘어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습지로서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논에서는 송장헤엄치게, 게아재비, 연못하루살이, 좀잠자리 등 수서곤충들도 살아간다.

논에서 번식하는 뜸부기, 호사도요, 장다리물떼새 같은 물새 서식지로서의 역할이 있다. 이처럼 논은 조류와 어류, 파충류, 양서류, 절지동물, 연체동물, 미생물, 식물체 등 다양한 생물체의 중요한 삶의 터전이며 큰기러기와 청둥오리 등 철새가 잠시 여정의 피로를 푸는 중간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