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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리 칼럼]

[한마음 칼럼] 나는 왜 농목으로 사는가? 58

by 농민만세 2020. 10. 31.

한마음 칼럼 : “농목으로 사는 이유”

농민들이 얼마나 ‘비효율적인 노동’을 하고 있는지, 우선 우리 지역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작물 중 하나인 ‘고추’를 보자. 우리나라의 1년 고추 생산량은 약 8만여 톤이나 된다. 그런데 생산자인 농민이 고추 동사로 얻는 전국 평균 소득은 10a(약 300평) 당 채 2백만 원에 미치지 못하는 187만 원, 그러니까 평당 6천 233원의 소득을 올리는 농작물이다.

일반적으로 평당 1만원의 소득을 올리는 농작물을 ‘고소득 작물’로 구분하는 것을 보면 우리 지역의 농민들이 농사짓는 고추가 소득 부분에서 어느 정도 열악한 농작물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고추 농사에 드는 농부의 손길과 노력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설날 전후로, 일정한 온기가 유지되는 실내 한쪽에 상토를 넓게 담은 묘판을 마련하고 씨앗을 파종한다. 온도와 물주기 등 정성을 기울여 싹을 틔워 기른 다음, 날씨가 풀리면 보온시설을 한 비닐하우스로 옮겨 한 포기씩 일일이 포토에 옮겨 심는다. 그리고 매일 물주기와 온도조절 그리고 병충해와 바이러스 균을 방제하며 기른다. 대략 1평당 10포기 정도 심는다면 3백 평에 3천 포기의 포토 작업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키우는 모종의 줄기가 둘로 나뉘어 자라면 본 밭을 준비한다. 밭을 갈면서 시비와 살충제, 제초제를 뿌리며 두둑과 고랑을 만들고 잡초와 가뭄 방지를 위해 비닐 피복을 하고 밭고랑에도 잡초 방지포를 덮는다. 3백 평이면 3천 포기를 한 포기씩 일일이 심는다. 그리고 비바람에 쓰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두둑에 쇠말뚝을 1미터 간격으로 박은 다음 비닐 끈을 매준다. 장마철에 잦은 비는 고추에 치명상을 준다.

물 빠짐 관리와 함께 방제 농약 살포가 반복된다. 물론 다른 농사가 병행된다. 마침내 7월 삼복더위가 오면 장마철을 이겨낸 고추를 일일이 손으로 따기 시작한다. 찌는 한여름 뙤약볕 아래 바람 한 점 없어 숨 막히는 고추밭 고랑에 엎드려 고추를 따는 일은 체력을 엄청나게 소모시킨다. 수십 Kg의 커다란 자루에 수확한 고추를 모아 담아 밭 가장자리로 짊어지고 나르는 작업은 8월 말까지 여름내 계속 된다.

그런데 진짜 고추 농작업은 이제부터 시작된다. 그렇게 집으로 끌어들인 수백 Kg의 고추를 하나씩 일일이 물수건으로 닦아낸 다음, 건조기에 나누어 넣고 매일 살피며 품질과 때깔이 좋은 건고추로 만들어낸다. 기계 건조가 아니라 ‘태양 건조 고추’일 경우 변화무쌍한 날씨와 기온에 따라 더 엄청난 노동과 노력과 기술이 소요된다. 이렇게 생산한 건고추를 농협에 도매금으로 넘긴다.

파종에서 수확까지의 기간이 길어 다른 농작물로 이모작을 할 수 없는 고추 농사에 자신의 노동시간과 비용을 계산해 보는 농부는 거의 없다. 이렇게 한 농민이 8개월 노동하여 얻는 소득은 2백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그나마 농협 매상이 보장되고, ‘목돈’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외에 도대체 이런 농사를 농민들이 지을 이유는 전혀 없다. /계속 (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