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음 칼럼 : “농목으로 사는 이유”
주일 아침, 교회 차량 운행 중에 평생을 고추-마늘 농사를 지으신 권사님께 여쭈어보았다. “한해 농사지으실 때 자신의 품삯을 따져 본 적이 없으시지요?” 당연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걸 일일이 다 따져 보는 농사꾼도 있대유?”
지난 칼럼에서 한 해 고추 농사로 농민이 얻는 전국 평균 소득은 10a(약 300평) 당 187만 원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올해 고추 농사로 우리 권사님은 6백여 평에 7백만 원의 소득을 올리셨다고 한다. 언뜻 들으면 그래도 상당한 목돈을 얻은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한해 6백여 평의 노지 고추 농사를 혼자서 지으려면 씨앗의 파종부터 매상까지 약 8개월 동안 그것만으로도 아마 보통 직장인의 노동에 맞먹을 정도의 노동량과 강도가 소요된다. 더구나 고추는 이모작을 할 수 없기에 그것은 1년 소득이다.
그리고 그만큼의 소득을 얻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상당하다. 올해는 씨앗 파종에 실패해서 적잖은 모종값이 들었을 것이고, 트랙터 사용료, 최소한 두 트럭의 퇴비, 피복 비닐, 폴대 및 비닐 끈, 몇 종류의 농약 등 지출이 약 150만 원 정도가 된다. 우리나라 고추 농사의 연평균 소득이 187만 원이라는 것은 총소득에서 이 비용을 뺀 금액이지만, 생산자 농민의 품삯이 포함된 금액이다.
그러면 평생 농사를 지어 육체노동에 단련된 여성이 다른 직장에서 얻을 수 있는 소득은 어느 정도일까? 그에 비교하면 과연 우리 권사님 같은 농민들은 자기 품삯은 벌고 있는 것일까? 최소한 월 1백만 원 정도, 한해 1천2백만 원의 소득은 되어야 한다면 많은 것일까? 물론 보통 가정의 생활비로는 정말이지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지만, 우리나라 면 소재지에 거주하는 농민 가구의 연평균 생활비가 870만 원이라고 하니 말이다.
여기에 일반 농민들의 생활을 더 힘들게 만드는 구조적인 요인이 또 있다. 그것은 거의 모든 농작물의 수확이 여름이 지난 하반기에나 가능하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연중 상반기에는 농산물 소득이 없어서 일반 생계형 전업 농민이 얼마간의 현금이나마 만져볼 일이 없다는 말이다. 그러니 ‘집안에 돈이 씨가 마른다’고 하는 농민들의 말이 결코 과장된 말이 아니다.
사실 자신이 주체적으로 생산한 농산품의 가격을 스스로 결정하여 판매할 수 있는 농민이 있는 나라는 없다. 일반 공산품과 다르게 거의 모든 농산물이 장기 보관이 어려워 출하 시기를 선택할 수 없고, 소비자가 사들이는 시기가 계절에 따라 몰려 있으며, 1차 생산만으로도 벅찰 수밖에 없는 생계형 가족농들이기에 직접 가공이나 판매까지 하기에는 더더욱 언감생심, 감히 그럴 마음을 품을 수도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꺼번에 많은 양을 사들여주는 농협에 매상하게 되지만 자칫 그 기회를 놓치거나 어긋나게 되면, 이런 소농민의 처지를 너무나 잘 알고 이용하는 매집상들에게 거의 ‘내던져 버리듯’ 헐값에 넘겨 버리게 된다. /계속 (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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