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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학연구소/[농촌 농업 기후]

농민이 가격 결정하는 시스템, 가능한가?

by 농민만세 2021. 1. 28.

http://m.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2420

/한국농어민신문

왜 농산물 가격결정을 남에게 맡기려 하는가?

- 양석준 상명대 교수


경매제·도매법인 개혁 필요하지만
시장도매인제가 대안인지는 의문
온라인 유통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가격결정시스템 논의할 때

최근 시장도매인-경매제도의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지난 20년간 일어났던 논쟁이다. 이 논쟁을 바라보면 정말 이상한 것들이 많다. 우선 이 논쟁의 시작은 경매제도의 비효율성과 도매법인의 과다한 이익이다. 

경매제도가 가격 결정의 투명성은 있지만 대기업에 잠식된 도매법인, 그 도매법인의 과다한 이익 창출, 여러 가지 물류 비효율성, 도매법인의 공익적 역할 미수행 등은 심각한 문제라고 판단된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많은 농민들은 당연히 분노할 수밖에 없다. 경매제도와 도매법인에 대한 개혁은 꼭 필요하다. 그런데 그 대안은 좀 이상하다. 20년 전에 제기된 시장도매인제도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더 좋은 대안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시장도매인제도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중략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다. 농민에게 경매시세보다 싸게 사와야 경매보다 더 싸게 구매자에게 넘길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어떻게 농민들에게 더 수취가격을 높게 준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중략 

지금은 온라인 시대다. 20년 전 유통환경의 대안만 가지고 논쟁을 하는 것은 좀 이상하다. 이것은 기존 상인들 중 누가 더 이익을 가져가는가의 논쟁이지 디지털 유통시대의 논쟁거리는 아니다. 미국과 일본, 유럽의 오프라인 경매제도를 볼 것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유통이 어떻게 되는지를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대표적 경매사이트인 이베이를 살펴보자. 이베이는 경매사이트로 출발했다. 그러나 식품카테고리를 살펴보면 판매자가 상품을 올리고 구매자가 가격을 불러서 높은 가격에 낙찰되는 방식의 전통적 경매는 전체 상품 판매의 1.05%(1월 10일 기준)에 불과하다. 98.95%는 Buy it Now 형태, 즉 판매자가 가격을 결정하고, 구매자는 구입 여부만 결정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경매 사이트로 출발했던 옥션도 결국 판매자가 상품을 올리고 구매자가 가격을 불러서 최고가에 판매하는 서비스는 아예 삭제되었다. 이제는 판매자가 가격을 결정하고 구매자는 구매여부만 결정한다. 온라인 시대는 이제 판매자가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온라인 시대의 도매시장 가격결정체계는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생산 농민이 편하게 집에서 직접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디지털 환경이 도래되었는데 도대체 왜 남에게 가격 결정을 맡기는 제도에 대해서 논하고 있는가? 

나도 모르게 가격이 결정되는 기존 경매나 노련한 상인과 협상해야 하는 시장도매인제도는 온라인 시대에 적합한 제도가 아니다. 내 상품의 판매가격은 바로 내가 결정해야 한다. 농민이 자기 상품의 가격 결정이 가능한 시대에 남들이 결정해 준 가격을 바라만 봐야 하는 경매제도-시장도매인 논쟁을 할 필요가 있을까?

중략

디지털 환경을 활용해서 농민이 자신의 상품 가격을 결정하는 시스템이 대안이 되어야 한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