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농정공약, 농식품부에서 시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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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대통령 농정공약, 농식품부에서 시들어간다


쌀농사 수호·공익형직불제·
협치농정·유통구조 개선 등

농업분야 개혁공약 버젓한데
… 농식품부 손 위에서 제자리

청와대-농식품부 정책기조 괴리 여실
… 남은 1년 어쩌나

문재인정부는 전임 박근혜정부 정책에 대한 심판과 개혁을 명분으로 집권에 성공했다. 때문에 후보 시절부터 사회 전 분야에 걸쳐 폭넒은 개혁공약을 내걸었고 농정분야에도 일부 주목할 만한 공약이 포함됐다.

그러나 취임 4년이 지난 지금까지 대부분의 공약이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공약을 실무적으로 이행해야 할 농림축산식품부와 김현수 장관의 소극적 태도가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지금까지 문재인 대통령 농정공약 중 유의미한 성과가 포착되는 건 ‘쌀값 지지’, 조금 더 시야를 넓혀 봐야 농식품부 내 ‘여성농민전담부서 설치’ 정도다.

수 많은 농정공약 중 달성사례를 손에 꼽는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쌀값은 아직 농민들의 열망인 ‘밥 한공기 300원’에 턱없이 미달하며 여성농민전담부서 또한 팀 단위라는 한계를 갖고 있다.

대통령 공약과 농식품부의 행보를 번갈아 보면 퍽 답답한 모습이다. 국회의 결정으로 어느 정도 쌀값 지지엔 성공했지만, 농식품부는 정작 쌀값 지지의 목적인 ‘쌀농사 수호’ 공약을 등한시하고 있다. 논 타작물 재배지원사업으로 쌀 감산을 유도하고, 영농형태양광 등을 통해 생산을 뒷전으로 미루려는 모습이 그것이다.

다수 전문가들이 농정공약의 핵심으로 꼽는 ‘공익형직불제’도 문제다. 공익형직불제는 기존 직불제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으로, ‘사람’과 ‘환경’을 중시하겠다는 정부의 정책기조가 가장 잘 투영된 개혁사업이다.

다행히 공익형직불제가 시작되긴 했지만, 가장 무게를 둬야 할 사업임에도 실질 효과를 담보할 예산 확보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실무부처로서 시행 의지나 정책의 개념에 대한 고민조차 충실치 않아 보인다는 질타가 잇따르고 있다.

농식품부의 소극적·방어적인 태도가 대통령의 농정 개혁공약을 퇴색시키고 있다.

‘협치농정’ 구호 또한 허무하다. 농식품부 내의 협치구조는 고사하고 대통령직속 협치기구인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와 불협화음까지 양산하고 있다. 이개호 장관 시절까지는 장관이 종종 현장 농민들과 간담회를 갖고 푸념이나마 청취하려 했다면,

김현수 장관은 가급적 농민들과 접촉을 꺼리는 성향으로 심지어 의례적인 재해·행사현장 방문조차 제한적인 모습이다.

‘유통체계 개선’ 공약과 관련해 농식품부는 ‘의무자조금을 통한 생산자 참여형 수급조절’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의무자조금을 통한 협치 또한 아직까진 신통치 않다. 양파·마늘 의무자조금 준비부터 출범 이후까지 농식품부의 자기중심적 태도가 농민들의 깊은 불신을 초래, 사업이 한 발 한 발을 내딛기가 버거운 실정이다. 유통체계 개선이라는 목표 달성 가능성을 아직 낙관할 수 없다.

지난해 재난 수준의 자연재해를 겪고도 재해 책임에서 발을 빼는 모습 또한 정부의 기조에 반한다. 재해대책을 보험에 내맡기고 있는 정부의 무책임성에도 질타의 목소리가 높지만 당장 재해보험 자체의 현실화도 현장에선 시급한 요구사항이다.

그러나 김 장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보험은 보험다워야 한다”며 보험제도 개선 요구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재해대책 및 재해보험 현실화’라는 대통령 공약을 장관이 파기한 셈이다.

‘친환경농업 확대’ 공약도 답보 상태다. 농식품부는 코로나19 학교급식 중단 국면에서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사업을 자신들의 성과로 포장했지만 친환경업계의 거듭된 재촉에도 소극적으로 대응해 정책효과를 크게 떨어뜨렸다.

오히려 결과중심 친환경인증제의 틀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친환경농가를 옥죄고 있다. 공약과 별개로, 가축전염병 국면에서 벌인 과도한 살처분 정책 또한 스스로는 성공이라 평가하고 있지만 생명과 배려의 가치를 추구하는 현 정부의 철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보다.

김 장관은 이명박정부 출범과 함께 고위공무원직(국장급)에 올라 박근혜정부 때 차관보까지 오른 인물이다. 비슷한 기수의 관료들이 그렇듯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의 농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맡아 이끌었던 주역이다.

김 장관의 취임과 유임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농민단체들이 반발을 거듭하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관료 출신 장관은 개혁에 방해가 된다는 주장이다.

관료사회 자체가 변화에 어느 정도 저항적인 성격를 띤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김 장관과 농식품부의 행보는 특징적이라 할 만큼 문재인정부 정책기조와 큰 괴리를 보이고 있다.

공약 이행과 농정개혁의 기회가 불과 1년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아직도 미결로 남아 있는 대통령의 농정공약들이 농민들의 마음을 공허하게 하고 있다.


#농식품부장관 #김현수 #농정공약

 

 

 

위 기사 내용과는 별개로 어떤 주관적인 정치적 입장 차이를 떠나, 오늘 우리의 농촌농업 문제에는 몆 가지 우선 현장에서 보이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길게 제대로 이야기할 짬도 없으니ㅜ,ㅜ 생각나는 대로 간단히 정리해 보면,

1
"농민들은 거짓말의 달인들이다?" 

우선 농민과 농민단체들에 대한 농정 담당자들의 이런 불신이 심각하다. 이렇게 만든 상대적인 이유가 상당하다. 그것은 그 동안의 농민운동이 농민소득확대 내지 지원금 확보에 편향되어 온 이유로, 무조건 자기이익만 주장하는 사람들이라는 선입견이 오랫동안 쌓여왔기 때문이다. 

2
"아스팔트 농사꾼들?" 

농민들 역시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 자신들이 연중 지속적으로 자기권리찾기 운동에 참여하여 발전시켜 갈 수 없는 농산업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각각의 농작물마다 다른 노동 집중기간, 농산물 품목 간의 가격 내지 지원금 경쟁, 겹치는 생산지역 간의 이견과 갈등, 한 지역 내에서도 서로 경쟁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 등이 그것이다. 그러니 기본적인 농민권익을 주장하는 일은 일종의 '전문 운동권들'의 전유물이 되듯 곡해되어 '아스팔트(에서 시위하여 보상금이나 지원금을 얻어내므로) 농사꾼들'이라는 오해의 소리도 듣는다. 게다가 각 지역의 농민단체들은 자칫 지역정치 토호세력들의 장이 되니, 이런저런 이유로 농민들 전체 또는 다수가 자발적으로 생산적인 참여를 하는 연대는 거의 불가능한 형편이다. 제대로 된 농민 농정파트너가 있어야 하는 정부나 지역 농정관청들의 고민도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3
"정부 지원금, 못 먹는 게 바보다?" 

농업에 대한 정부지원이라는 필수불가결한 정책들을 마치 농민들 개인의 권리로 오인하게 만든 원인도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유럽 선진국들도 농촌농업이 지속가능한 미래사회에 국가적인 최우선 필수 기본요소임을 파악하고 자국의 농촌농업 보호를 계속 강화하면서 엄청난 지원금을 쏟아 붓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경우처럼 대책도 원칙도 장기적이고 미래적인 어떤 목표도 없는 선심성 땜질식 퍼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 정부 들어서 지원금 관리가 대단히 투명해지고 있는 게 현장에서도 보인다. 하지만 그와 함께 과연 농촌농업이 우리에게 어떤 미래적 필수가치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전 국민적인 폭 넓은 학습과 가치 공유가 먼저 필요해 보인다.

4
"농촌을 6시 내고향이 망쳤다?"

또한 오늘날의 이 지난한 농촌농업 문제의 핵심에는 그 동안의 언론들 책임도 있다. 지금까지 TV방송들은 농촌 농민들의 현실을 단순한 '고향 추억 팔이'나 순박함을 넘어 좀 모자라게 보이게 연출된 농민과 농촌을 단순히 오락적 소재로만 접근했고, 나아가 '농산물 가격 폭락' '태풍 가뭄 피해 발생' 등과 같은 선정성 기사들을 연중 행사처럼 철마다 뉴스꺼리로 등장시켜 왔다. 정작 농민노동자와 그 삶은 없는 농촌오락프로과 뉴스팔이를 넘어서는 길은 역시 농촌농업을 진지하게 공부해서 무지를 벗어나는 기자들이 생기길 기대하는 것 뿐이다. 

5
"농업이 아니다, 농촌-농민-농업이다!"

몰론 농산업을 하나의 경제적 산업적 가치로만 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여기에도 분명 재화의 유통과 자본소득이라는 경제활동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식의 접근은 동시에 우리의 농촌농업에 치명적인 독이 되고, 그런 농민 아닌 농산물 생산업자 내지 기업들이 농촌과 농업을 마침내 완전히 이 나라에서 사라지게 만들 것이라는 많은 이들이 앞선 지적들은 결단코 과장도 엄살도 아니라는 사실에 온 국민이 눈을 떠줘야 한다. 식량주권을 상실한다는 건 이미 상상 속의 공포가 아니니 말이다. 조금만 틈을 내서 검색해 보라. 오늘날 전 세계의 경제 상황은 물론 식략주권이 없는 나라의 정치적 주권까지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것이 다름 아닌 농산물 식량관련 거대 다국적 기업들이라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단작물 대량생산 기업형 농산물 생산 방식은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동시에 그것이 필연적으로 초래하는 국가적 사회적 부작용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우리의 국가적 미래 과제에서 반드시 함께 논의 되어야 하는 것은 "농민-농촌-그리고 농업"이라는 개념이다. 우리 다음 세대의 생존을 근본적으로 결정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선진 유럽국들이 농촌농업에 그리도 많은 예산과 사회적 역량을 할애하고 이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