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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리 칼럼]

[한마음 칼럼] 맹인 인도견 은퇴하기?

by 농민만세 2022. 7. 2.

지난 번에 '시각 장애인 러너',
서진원 씨의 이야기를 올렸었다.

https://youtu.be/eF4fWtUVS8g

그런데 그의 곁에서
긴 시간 밝은 조명과
마이크 소리가 울리는
낯선 곳에서도 움직이지 않고
기다리고 있는 인도견이
새삼 눈에 들어온다

일반적으로 맹도견/인도견은
충성심과 인내심이 가장 강한
아이들 중에서 선발된다는데
얼마나 충성심이 강한지
딱 배운 대로, 훈련받은 대로
자신이 인도하는 대상의
작은 움직임에도 초집중하며
임무를 다한다는데
그래서 급격히 노화되고
조기 은퇴한다던데

 

유독 다툼과 갈등이 많은
안타까운 교회들에 시무하며
특히 이곳에서 벌써 20년을
나는 이 맹도견, 인도견을
생각하며 자주 엎드려야 했다
그랬는데, 오죽했으면
맹도견 사진을 신문에서 구해
판넬을 만들어 놓고

참아내야 했는데
시각 장애나 다름 없는 이들
정말 죽을 만큼 힘들어
제 고집 부리는 이들을 맡기신
주님 생각하며 참고 또 참고
성서의 길, 바른 길 인도라는
본래의 임무에만 진력했는데

 

벌써 언제부터인가
건강이 속에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하더니
한의사 집사님, 맥을 짚더니
'끊어지기 직전 가야금줄 같네요'
수술 치료도 안 되는
심장 부정맥으로 몇 년을
누워 잠들지 못했는데

충전기 꽂아봐야
배터리 딱 40분짜리
15년 전에 중고 구입한
구형 노트북
온갖 성서 사전들 자료들
모아놓은 신학 논문 자료들
한국교회 내노라 자처하는
설교들 검색 자료화하여
들여다 보며 잘 썼는데
 

그나마 이젠 충전도 안 되니
마음 독하게 먹고
스스로를 은퇴시키려고 ㅜ,ㅜ
(근데, 이 말에 내심 설렐 놈들도 있겠군)
(조심혀, 사냥개로 돌아가려는 겨)
20년 넘게 가지고 있던 거
스스로 나를 죽여온 저
맹도견 판넬을 이젠 내버리려고
ㅡ,.ㅡ 그냥 그러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