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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리 칼럼]

[전역 후 첫째 날] 갈릴리 농민신학을 생각하다

by 농민만세 2023. 10. 31.

전격적인 조기 은퇴를 아니
나 자신을 전역시키기로 결심한
지난 연초부터 그리고
교회에 공식화한 지난 3월부터
정말이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일들의 연속이었다

뭔 놈의 인생이 이리도
여전히 버라이어티한지
그리고 어저께 10월 끝 주일로
지난 38년의 외길ㅜ
그토록 혹독했던 나홀로 전쟁터에서
드디어 나 자신을 복무 해제시켰다

간신히 남아있는 한 줄기
빛이 가물가물하지만
정말이지 이런 어려운 교회
오히려 맡아서는 안 될 거 같은
어떤 진솔한 사람 두 분이
저만치에서 주님께 엎드려 있다
아이고

정말 진력하였지만 바로
여기가 내 한계 지점임을
이제 겨우 자인한 것 아니
살점 떨어지도록 억지로
떼어낸 거다 이러지 않으면
가장 두려운, 의미없는 종점에
이를 게 너무나 뻔해서

그리고 내게 남은 숨길 하나
이제는 정말이지 내 심장 같은
자녀들만을 위해 인제라도
살아 보자고
그리고 어제는
38년 복무 후 전역 첫 날이었다

하루하루 일당이 걸린 일
두어 달씩 결제는 밀려나고
산더미 같은 비용은 자동지출
그래도 며칠만
제쳐 두어 보자고 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났는데
지난 여름처럼 거의
눈이 떠지지 않을만큼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다
그래도 천당 문턱에
두 번 다녀오면서도 또 장거리
운행 나갔던 그때와는 물론
비교도 안 되는 거지만

온종일 앉아 있었다
정신 차려 보니 그래도
달걀 하나 물 컵에 깨 넣어
전자렌지에 돌려 마셨고
아내가 사다 놓은 시커먼
바나나 하나 먹었고
쌀통 옆에 있는 조그만
비스켓 하나는 먹었구나

어느새 저녁인데
그야말로 불현듯이
저 명치에서부터
느닷없는 생각이 하나 올라왔다
웬?

루이스 뻘콥의 조직신학을
다시 꼼꼼히 읽어보자?

신학생 전도사 시절
농촌 목회하느라 휴학하고
2년 뒤 복학했더니 신학교가
깡그리 꼴보수판이 되어
해방신학을 대놓고 경멸하고
민중의 민 자도 못 꺼내게 해
이게 뭔 놈의 신학교냐고
나홀로 좌절 분노하면서
그 교수의 필수과목 아예
대놓고 F학점 주십쇼 라고
시험지에 한 줄 써놓고
자리를 박차고 나왔던ㅋ

그 당시 학교의 정책적 강요로
어쩔 수 없다며 한 젊은 교수랑
한 학기 통독했던
뻘코프의 조직신학 그런데
그때 뇌세포가 한꺼번에
깨어나는 거 같은 경험을
어쨌든 그토록 명료한
신학적 서술들이라니

누군가 그랬었다
환갑이 지나고
현역에서 은퇴하니
책이 제대로 읽혀진다
드디어 공부가 제대로 된다나
에효
눈은 이미 극심한 난시 노안인데
하긴 요즘에서야 비로소 좀 뭐든
서로 연결 통섭되는 어떤
지점들이 또렷이 보여

그러고 보니 내 은사님은
벌써 오래 전에
이런 숙제를 주셨었구나
스콜라신학을 공부해라
다시 제대로 좀!
그때는 하도 많은 일들
암흑 속의 교회 일에 농삿일에
반복 도전했던 협동조합 창업에
귀농귀촌인협의회 조직 등등으로
아이고 신선 같은 말씀이시다ㅜ
사실 그랬었는데
역시 선생님들의 가르침은
틀린 게 하나도 없구나

오히려 전문 신학자 아닌
현장 목회자로서 무엇보다
우리의 이 귀한 갈릴리 예수교의
끝없는 신학도로서
갈릴리 농민신학의 구성신학을
기독교 조직신학을 다시 좀
제대로 써내 보자는
오랜 목마름이

왜 하필 지금 여기 이 시점에?
아이고 제에발
그냥 어디 깊은 산골에서
대침묵하며
농사나 짓게 좀 해 줭ㅠ,ㅠ

ㅋ,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