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히도 치열한 짐승인 게다
간만에 발견한
시퍼런 날 서지 않은 이런 좋은 글이
너무나 나이브해서 졸음 올까봐
읽다가 목숨 같은 일엽편주
혹여 심해로 가라앉고 말까봐
늘 제 속을 향해 가시 돋우며 살아온
고슴도치 한 마리 도리어 잔뜩
긴장케 되는 것 좀 봐 혹시
그나마 가시 영영 잃어버리고
그냥 두더쥐 한 마리 될까봐
그런데 그게 왜
여전히 이리도 두려운 거지?
에효
고등학교 입학 원서 마감 바로 전날
하필이면 딱 그날, 군복무 중이던
맏이한테서 편지가 왔다며
어머니가 심각한 얼굴로 부르셨다
우리집 형편에 어찌 대학 보내겠냐고
막내도 공고엘 보내 일찌감치
취직시켜 집안 형편에 도움되게
해야 할 거 같다나 뭐라나
(근데 본인은 무슨 도움이 됐더라?)
하긴 일찍부터 주변에서 얘는
신학대학에 보내야 한다
그랬었으니까 아이고
이 웃기지도 않을 노릇이라니
하도 절망스런 어머니 목소리에
그냥 뭔지 모를 먹먹함으로
한참을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앉아 있었다
깊은 숨 내쉬며 한마디 하실 때까지
다 어른들이 못나고 부족해서다
그럴께요 엄니 대신
서른 아홉까지만 돈 벌어
엄니 아부지 도와드리고
그 다음에 신학대학엘 갈께요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이 들었던지
그리고는 다음날 담임 선생님이
퇴근도 미루시고는 너 실업계 못보낸다
뭔 소리냐 이 눔 짜식아
내가 우리 반에서 너 한 눔이라도
좀 제대로 된 인문계엘 보내야 헌다
야간자율학습 마칠 때
다시 오신 선생님은 이눔 땜에
막걸리 한사발 하고 왔다며
내던지듯 입학원서를 써놓으셨다
그리고는 어린 마음에
고등학교 입학 시험에서 완전히
해방된 듯한 느낌이 좋기만 했었다
그렇게 고등학교 입학식 날
갔더니 입학식이 다 끝나 있었다
하도 아무렇지 않게 지각을 반복하니
유명했던 클럽에서 선배들이
스카웃하겠다고 거의 매일 찾았었다
아이고
그리고 자연스레 빠져들었었다
아무도 찾지 않던
낡은 교실 학교 도서관 창살 안쪽
오후 볕이 마룻장에 비치는 걸
거의 매일 보는 게 낙이었다
씨알의 소리를 만났고
류영모 선생의 기이함에 끌렸고
윤동주의 시들을 드디어 만나
너무나도 깊이 빠져들었고
키에르케고르의 유혹자의 일기를
거의 오기로 읽었는데
그의 심미적 내면의 갈등이
숨 막힐듯 심오하여 두 손 들고는
염세주의 쇼펜하우어로 옮겨갔는데
미안하지만 파스칼은 스쳐지났었지ㅋ
당시 잘 나가는 헤겔에게 무슨
열등감을 평생 갖고 있었다는 걸
어디선가 읽었을 즈음 갑자기
책 읽기를 그만 두었었다
그랬었다 그리도 일찌기
길을 잃고 말았던 거다
그렇게 서늘하도록 어린 날에
말이다
그리고 다시 키에르케고르의
불안의 개념과 죽음에 이르는 병이
정말 혹독하게 찾아왔을 때,
그때 누군가가 좀
인생이 그리 쉽게 망가지는 게 아니라고
좀 누군가가 그리 말 좀 해줬더라면
게다가 기독교라는 게
기도원 부흥회가 다가 아니라고
실은 종교가 그리 만만한 게 아니라고
누가 좀 알려줬더라면
아이고 염병
그런데 실은
그러던 고교 2학년 끝
어느 목사님이 이 사정 알고는
"에헤이 거 뭔소리?
네 주변에 아무도 없었구나
내가 이사로 있는 기독교 계열
고등학교에 네 성적으로 왔으면
3년 장학생에 연신 보냈을 텐데"
이 말씀을 들을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쭈루룩 흘러 내렸었지
그리고 쌓이고 쌓인 거
폭발시키면 뭔 사고 터질까
그냥 나 스스로를 패대기 쳤었다
젠장 우라질,,,
그만,, 써야겠다~ㅋ
이미 오래 전 기억 속에만 계시는
그리운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어서 써서 남겨야 하고
할머니와 어머니는
목이 먼저 메이니 아마
영영 못 쓰고 말거 같다
여튼 이런 봄바람 같은 글쓰기
이 정도의 지표만으로도
대해를 항해할 수 있다는 거 와오 👍
정말이지 배워야 한다
"모든 삶은 흐른다"
한글판 작명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음, 요거 좋은데?
뒷 내용은 아직 모르지만ㅎ,ㅎ
[영국 사람들은 ˝신 덕분에thanks to god˝라는 말을 잘 쓴다. 이는 바다가 치료약이 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일명 해수요법이다. 바닷물에 몸을 담그면 우울증, 정신적 피로, 신경증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모든 삶은 흐른다>, 145쪽

모든 삶은 흐른다
삶의 지표가 필요한 당신에게 바다가 건네는 말
저자 : 로랑스 드빌레르(Laurence Devillairs)
저자 소개
“인생을 제대로 배우려면 바다로 가라”고 말하는 프랑스 철학과 교수.
그동안 박식하면서도 대중적인 철학 도서를 다수 집필하며, 사는 동안 누구에게나 철학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해 왔다. 그동안 파스칼, 데카르트 등 인물 철학에 관한 도서를 집필해온 저자가 이번에는 자연이 주는 철학적인 가르침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철학을 한다는 건 삶의 문제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치열하게 살아내는 것)이다. 저자는 철학을 아는 삶이 우리를 얼마나 이롭게 하는지를 이야기하며 프랑스에서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처럼 철학과 함께하는 삶의 가치를 알려온 저자는 오래전부터 바다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파도와 때에 맞춰 밀려오고 물러나는 밀물과 썰물 등 바다의 생태에서 우리의 삶과 유사한 모습을 발견하면서 바다가 인생을 가장 잘 표현하는 자연이라고 생각했다.
삶이란 이미 그 자체로 가치 있다. 바다가 존재만으로 완벽한 것처럼 말이다. 때때로 고난과 역경이 삶의 전체를 휘감아도, 들뜨고 환희로 가득한 순간들도, 그 모든 순간이 인생이다. 잠시 눈 감고 싶을 만큼 힘들다고 해도 그것이 삶이 아닐 리 없다. 저자는 잠시도 쉬지 않고 물결치는 바다처럼 삶도 그렇게 물결치며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이라고 말한다. 철학과 삶, 바다라는 테마를 한데 녹여 프랑스 현지 언론에서 극찬을 받은 『모든 삶은 흐른다』가 국내 독자들에게도 삶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저자 인터뷰
(망할 조선왜놈일보지만)
https://biz.chosun.com/topics/kjs_interstellar/2023/06/17/K46ZIOFAJZE6DN43CDNIKXH4TA/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지옥은 바람 없는 바다... 모든 삶은 흐른다” 로랑스 드빌레르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지옥은 바람 없는 바다... 모든 삶은 흐른다 로랑스 드빌레르 프랑스 철학자 로랑스 드빌레르 인터뷰 변화하는 바다 바라보면 매일이 새로운 시작 연달아치는 파도는 다 생
biz.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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