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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리 칼럼]

친애하던 벗이 또 하늘 부름을 받았다

by 농자천하/ 2024. 1. 31.

그가 소천 되었다는 소식을 톡방에서 보았다

 
친애하던 벗이 남기고 간 허탈감이 여전하다
생계 노동으로 지난 몇 년 그를 만날 수 없었다
주변 벗들이 하나 둘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게
이젠 놀랄 일도 이상히 여길 일도 아닌 거지만
며칠 전 차마 말할 수 없는 그 속 사정을 듣고
가슴 속에서 뜨거운 무엇이 자꾸 치밀어 올라
정말이지 그렇게들 단 맛만 핥는 게 아니었다
 
나이브하다 못해 한심하기 짝이 없는 거였다
 
그의 남 다르고 귀한 목회적 성취들이 알려져
많은 이들이 앞다투어 마치 자신의 성취인 양
또 그걸 소개하고 이야기하면서 자기 주장을
여기 저기 알리기에 그저 잘 이용했던 것일 뿐
그의 남 다른 고심과 고뇌 남 모르는 탄식들을
이처럼 그를 막다른 길 끝으로 몰아 붙였던 걸
성취보다 중한 그걸 누구도 들으려 않았다는
 
나는 이 웃기는 실상을 대 숲에 외치는 거다
 
각별하신 선배 덕에 '마을목회' 세미나에 가서
나의 고군분투를 이야기할 기회들이 많았었다
사실 내 사례라는 게 거의가 실패한 일들이라
오죽했으면 어떤 후배님은 그런 나를 가리켜
'실패의 아이콘'이라나 뭐라나 나는 그걸 통해
어떤 모습으로든 '교회 갱신'이라는 게 얼마나
어이없는 저항에 부딛치는 건지 말하던 건데
 
사실 그 부분에 관심 두는 이는 거의 없었다
 
하기사 믓찐 성공 사례가 아닌 걸 누가 들으랴
무슨 투자 성공 사례로 눈이 번쩍 뜨이게 하는
그런 이적을 바라고 좇는 세태인 걸 어이하랴
성공 사례들도 좋지만 그보다 실패 사례들을
경청하고 함께 분석하고 대안을 찾아보는 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걸 그렇게 얻어내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인지 나는 의아스럽다는 거다
 
그러니 무슨 무슨 세미나라는 거 다 뭔 소용
 
너도 나도 수박 겉 핥기를 잘도 하고 있을 때
정작 당사자의 그 호탕하던 웃음 뒤 그늘들
말하자면 그런 소중한 성취들을 일구어 내며
어떤 부조리들을 극복하고 있었던 건지 그걸
제대로 묻고 경청했어야 했다는 말이다 아오
더구나 목회자가 울타리 밖으로 나아가는 거
훼방하는 자들이 얼마나 교묘히 당을 짓는 지
 
그게 너무나 보편인 현장이라는 걸 모른다?
 
그러니 모든 교회 갱신 노력은 실패가 당연
교회를 아니 교인들을 갱신시키려는 시도는
목회자가 자신과 가족 목숨 내놓고 하는 거
왜냐면 실제로 밥줄 끊기는 위협을 당하니까
동의하는 이가 많을 텐데 공론화 하진 않는다
신대원 졸업 학기 '목회실습' 박종렬 목사님
나즈막하고도 쉰 목소리로 반복 말씀하셨다
 
'우리와 달리 이제는 산 순교의 시대올시다'
 
우리 때까지는 그래도 목사의 말을 따랐지만
이제는 먼저 폄훼하고 저항하는 시대올시다
한 번 죽어 하는 순교 아니라 줄곧 살아가며
매일 매시 순교하듯 견뎌야 하는 시대이니
참으로 어려운 때에 이 선지 동산에 올랐소
이런 말씀이셨고 이를 얼마나 아픈 마음으로
어린 후배들에게 하신 건지 곧 알 수 있었다
 
후배님들, 한 교회에서 오래 편히 살려는가
 
신학교에서 배운 거 빨리 다 잊어 버리시게
교인님들 심기 잘 살펴 감히 건드리지 말고
우쭈쭈 당신들이 쵝옵니다 찬양해 드리시게
'이건 교인/교회가 아녀'라고 의기충천 말고
좌파 진보 빨갱이는 반드시 지옥간다 하고
헌금 가장 많이 하거나 따로 돈봉투 챙겨주는
쫄부님들 앞에서 (눅 21,1-4)는 언급 마시게
 
또 날밤을 지새며 과도한 걸 희망하는구나
 
이 웃기는 세상 올무 끊어 내던져 버린 李 兄
주님 얼굴 마주하고 있을테니 얼마나 좋소
(빌 1,20-24) "나의 간절한 기대와 희망은
내가 무슨 일에나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고
늘상 그러했듯이 지금도 큰 용기를 가지고
살든지 아니면 죽든지 나의 삶을 통틀어서
그리스도님의 영광만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나에게는 그리스도님이 생의 전부입니다
 
그러니 죽는 것도 나에게는 이득이 됩니다
그러 하지만 내가 이 세상에 더 살아 남아서
보람 찬 일들을 할 수 있다면 과연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 건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이 둘
사이에 끼여 마음 같아서는 이 세상을 떠나
나의 그리스도 주님과 함께 살고 싶습니다
그 편이 훨씬 낫겠습니다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