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박(封駁)과 간쟁(諫諍)] 2013.05.15
001 / ‘화합’ 보다는 ‘서로 살림’의 노회로
이제라도 ‘화합 총대들’의 당선을 축하한다. 우리 노회에서 이런 일은 흔치 않았던 일이라고 한다. 갈등하지 않고 화합하는 노회를 위한 총대 선출. 이는 간만에 화평을 이룬 소중한 성과라 할 수 있지만, 그런 중에도 여기에서 우리가 결단코 간과해서 안 되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는 ‘경쟁과 갈등 없이 화합하는 노회’가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누구도 노회원들의 기본권 곧 결의권, 선거권, 피선거권을 제한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민주주의의 대원칙이고 우리 총회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다. “총회 헌법 정치 제74조 노회원의 자격 : 1. 위임목사, 담임목사, 부목사, 전도목사, 기관목사, 선교목사, 선교 동역자는 회원권이 있다. 재판(책벌) 외의 방법으로는 회원권(결의권, 선거권, 피선거권)을 제한하지 못한다.” 재론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이번에 우리 노회가 화합 총대를 만들어 보자고 필요한 ‘사전 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만에 하나라도 그 누군가의 정당한 회원권리를 제한했거나 제한을 시도하려는 일이 있었다면 이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자신의 피선거권을 주장하는 회원들을 ‘노회의 화합을 깨는 자들’로 규정하려는 일이 있었다면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총회 헌법을 위반한 범법-위법행위로 얼마든지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사안이니 그들의 희생을 잊지 말아야 한다.
둘째는 그 화합 총대 후보를 ‘조절하여 만드는 과정’이 또한 정당했는가이다. 과열 경쟁을 막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면, 피선거권을 가진 노회원 모두가 승복할 만큼 공정하고 투명한 룰을 보다 세밀하게 다듬어 내는 과정이 있어야 했다. 그동안 갈등이 증폭되기만 했던 노회 현실이니 후보를 사전 조절할 필요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일을 주도했던 ‘충남노회 교역자회’는 친교 단체일 뿐 그 어떤 법적 책임도 질 수 있는 단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 장로회 교회는 ‘대의(代議) 제도’라는 매우 발전된 민주주의적 체제를 전통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대표적인 개혁주의 교회이다. 우리는 총회-노회-당회 등 자치적 감독 기능을 보장한 기관 외에는 그 어떤 결의권도 부여하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노회 교역자회’가 아무리 어떤 대표성을 가지고 있다 해도 치리권이 없는 단체가 노회원의 정당한 피선거권을 제한시킨 게 되고, 더구나 장로 회원들의 선택권을 제한시킨 일이 된 것이니 앞으로는 지양해야 할 일이다.
결국은 가까이 지내는 이들끼리 ‘거래’가 시도될 수도 있다는 의혹을 자초하는 일이니 결단코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었다. 손쉬운 당선을 위해 이를 의도적으로 도모한 자들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게 하는 일이었다. ‘노회의 화합’은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경쟁과 갈등을 통해 특정 소수가 이득을 얻는 행태는 그대로 두고 표면적으로 ‘봉합’하는 것보다 모든 노회원의 기본권을 서로 존중하는 일이 우선 되어야 한다.
자신은 투표용지를 몇 수십, 수백 장씩 이미 확보하고 있다고 참 용감하게도 착각하는 이들은 이제 더 이상은 앞에 나서지 않아야 한다. 자기 앞에 줄을 세우는 방법이 아니라 모든 노회원 앞에 겸손하고 책임을 솔선하는 일로 표를 얻기 바란다. 더구나 그런 이들이 활개 치도록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누가 어떻게 가로채 가는지도 모르는 회원들과 아예 스스로 가져다 바치고 어떤 반대급부를 구하는 자들은 우리에서 완전히 사라지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이런 사사로움이 결국은 노회 공동체의 근간인 공공성 곧 ‘공 교회성’을 흔드는 일이 된다. 그러니 ‘화합’이 아닌 ‘서로 살림’의 노회로 더 성숙해지길 바란다. 다시 한번 ‘화합 총대들’을 격려하면서 우리 노회를 ‘대의’하는 임무에 충실해 주길 빈다. 총회 총대는 본래 어떤 개인들의 위상이나 명예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직무이다. ‘또 하나의 교회’인 우리 노회 구성원들의 ‘대의원’일 뿐이니 누군가를 희생시키고 선정된 이상 막중한 책무를 더욱 잊지 않기 바란다.
부디 오늘날 우리와 같은 농어촌 노회들이 안고 있는 매우 급박하고도 심각한 현안들에 대하여 더 합리적이고 또한 더 커다란 목소리로 대변하는 명실상부 ‘우리들의 총대’가 되어 주길 바란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는 심정으로 기도하며 우리 총대들을 응원하는 바이다. (聾)
원글 보기 : 충남노회 구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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