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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리 칼럼]

[封駁/諫諍] 일몰(Sun-set)목회?!

by 농자천하/ 2014. 7. 11.

 

[封駁/諫諍] 1014.07.11


003 / 일몰(Sun-set)목회의 변(辯)


이런 이야기를 노회 홈페이지에 올리게 되어 민망하다. 지난 봄 노회에 보고된, 우리 남면교회(한마음교회)의 ‘교회 현황보고서’ 내용을 노회가 끝난 뒤에서야 보았다. 다른 이의 손을 빌려 작성하고는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그대로 보고한 불찰이다. 이제라도 정정해야 한다.

<<교회 등록 교인수 : 청장년부> 원입 12명이 아니라 2명 / 세례 73명이 아니라 63명 / 소계 85명이 아니라 65명 / 중고등부와 아동부는 틀린 곳이 없고, 그래서 전체 합계는 103명이 아니라 83명이다. 불과 6개월 만에 농촌 지역에서 교인이 20명이나 늘었을 리가! 지난 14년 동안 교회학교 아이들 42명에게 세례 주어 도시로 내보냈다. 금년에는 한명도 없을 것 같다. 군에서 갓 제대한 청년 아이들도 홍성 폴리텍대학에 그리고 국비 자동차 정비학원에 보냈다.

준비 없이 바람만 잔뜩 들어 도시로 나가봐야 요즘 세상에 '시급제 알바 인생'으로 살 게 뻔하다고 지난 연초에 한 달 내내 설득했다. 컴퓨터를 가지고 게임과 상관없는 일을 하는 나를 신기하게 여기는 한 녀석에게 이런저런 걸 좀 가르쳤다. 타자 연습, 문서 편집기, 교회재정관리, 홈페이지 제작 원리 등등. 인터넷 정보 검색도 모르고 컴퓨터로 게임만 했느냐며 하기 싫어하는 걸 붙잡아 놓고 혼자 좀 입력해 보라고 했더니 다 했다며 휙 달아나던 것이었다.

와오! 6개월에 20명 증가라니?! ‘혹~시, 그만큼 채워주시려나?’하고 정말이지 아주 잠깐, 오죽했으면 그런 기대 아닌 희망의 바람이 슬쩍 지나갔다는 걸 솔직히 고백하겠다. 그만큼 녹록하지 않은 농촌 그리고 농촌교회의 현실 탓을 하겠다. 지난 1년 동안 소천 되신 분, 노환으로 주저앉으신 분 그리고 교회당을 이전하면서 결의했던 제직회가 다 틀렸다고 대놓고 막무가내로 강짜 부리신 분들, 이렇게 저렇게 빠져나간 빈자리가 교회당의 크기에 비례 되어 보인다.

자연적 성장, 그러니까 전도대회 같은 행사를 하지 않아도, 자신들의 마을에서 사는 게 다 전도인 것이 당연한 그런 생활로 인하여, 그래도 1년에 한두 가정씩은 교회에 나와 등록해 주기만 해도 숨이 트일 것이다. 그렇게만 해 주어도 자연적 감소(소천, 사별 이주, 도시나 큰 교회로 이동 등)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농촌과 도시의 작은 교회들이 그나마 현상 유지는 좀 될 터인데, 요즘 같은 시대에 그런 일이 어디 아무 교회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일이었던가?

유동 인구가 거의 없는 농촌, 가까운 읍내로 시내로 이주하는 젊은 가정들로 급격히 공동화 되는 면 소재지, 더구나 장로나 권사인 걸 제 자랑거리로 여기는 자가당착으로 살아온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수십 년 동안 원성과 지탄의 대상이었다면. ‘사사기 아비멜렉’의 역할을 충성스럽게도 담당하면서, 지난 10여 명의 목회자들을 혹독히 연단하시는 도구로, 십자가 단련의 수단으로 주님께 사용 받으며 지금에 이른 것이 교회 개척 이후 3~40년 동안의 역사였다면.

가끔은 ‘간을 보러 오는 교인들’도 있지만 그들 대부분이 주의 말씀 함께 배우며 성장하려는 게 아니라 실은 농촌 교인들과 목회자를 한 수 가르치려는 중환자들이라, 그런 이들은 처음부터 아예 오지 않아 주는 게 차라리 고마운 실정이라면. 마을에 뿌리내리고 살아온 원주민을 전도하여 마침내 교회를 섬기는 교인으로 키워낸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농어촌교회가 어디 한둘이랴! “능력 주시는 분 안에서 능치 못함이 없느니라”고?!

그런데 어쩌나? 그 유명한 구절이 실은 ‘하면 된다!’는 긍정적 자기 암시에 써먹는 본문이 아니라, ‘주님과 복음을 위하여 (물질적인) 풍부함과 궁핍함 모두에 넉넉히 적응하는 일을 능력 주시는 분 안에서 능히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니. 14년 전, 잘 나가던 대도시에서 왜 ‘귀농’했나 하는 장탄식은 접어 두고, 이처럼 이미 생장점을 잃은 채 점점 사그라져 가는 농촌교회에서 그럴수록 한 번 끝까지 가 보자는 속절없는 마음의 압박이 요즘 더욱 절실해진다.

일명 <아름다운 일몰(sun-set) 목회>라고 그나마 자기 위안이라도 삼을 수 있다면 말이다. 이곳에서 거의 매일 보는 눈부신 황혼 빛은 일출 빛보다 더 빛나고 아름답다. 아침의 태양 빛보다 더 찬란한 저녁 황혼이 물드는 자리가 농어촌교회들이 지키고 있는 시간대이다. (聾)

 

원글 보기 : 충남노회 구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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