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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리 칼럼]

[한마음 칼럼] 나는 왜 농목으로 사는가? 22

by 농자천하/ 2020. 1. 25.





한마음 칼럼 : “농목으로 사는 이유” 


20년 전 우리 지역에 부임하여 열악한 교회 형편과 지역사회의 사정을 알게 되었을 때, 마을 아이들을 모아 교회학교를 다시 시작하였고 ‘상설교회학교’라는 개념으로 지역아동센터를 시작하면서, 사실 나는 인근 교회들과 연합하여 그런 지역선교를 하려고 했었다.


마침 낡은 교회 승합차를 새 차로 바꾸게 되어 어린이보호차량으로 개조하여 공식 등록을 마쳤다. 그리고는 우리와 한 지역에 있는 이웃교회들을 찾아갔다. 한 지역에 있는 세 교회가 연합하여 제3의 공간인 면소재지 상가 2층을 빌려서 지역 아동 센터와 청소년 문화센터를 연합 선교사업으로 진행해 보자는 것이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되던 교회에서는 크지 않은 임대료와 센터장을 맡고, 열악했던 한 교회는 목사 부부가 가장 젊으니 아이들을 가르치고, 나는 차량 봉사를 도맡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좀 규모가 있던 교회에서는 ‘우리는 아쉬울 게 없다’는 반응이었고 어려운 교회의 목사 부부는 오히려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대답했다. “왜, 남의 목회에 간섭합니까?!” 그게 아닌 걸 그리 알아듣냐고 되묻지도 못했다. 도대체 우리가 무얼 그리 잘못했던 건지, 그게 그렇게까지 불쾌하게 여길 일이었는지 지금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성탄일 새벽에 아이들을 데리고 ‘새벽 송’을 시작했다. 교우님들 댁을 일일이 찾아가 대문 앞에서 큰 소리로 성탄 찬송을 부르면서 예수님의 강생을 알리고 축하하는 행사이다. 우리가 시작하자 중단했던 이웃교회들도 시작했는데, 종종 마을 안에서 다른 교회의 새벽 송 팀을 만날 때가 있었다. 사실, 이 얼마나 반갑고 또 우리가 하나라는 걸 확인하는 순간인가? 하지만 반갑게 인사하려고 하면 오히려 적대시하고 회피하고 외면하는 일을 이곳에서 자주 겪었었다. 참으로 기이한 일이다. 교회들의 연합이 이렇게 어렵다니.


만 4년 동안 쉬지 않았던 독거 어르신 밑반찬 돕기가 지역사회에 상당히 좋은 반응이 일어나자, 결국 그 이웃교회에서 경쟁적으로 시작하였다. 심지어 어르신들에게 우리가 가져다드리는 반찬은 받지 말라는 말까지 했다고 어르신들이 걱정하셨다. 그리고 농협에서도 또 태안읍 성당에서도 같은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매달 20만 원씩 지원금을 보내주던 전국여전도연합회에서는 왜 한 교회만 지원하냐는 이의제기가 많다고 부득불 다른 교회로 보내겠다고 지원금 중단 통보를 해 왔다.


이렇게 어쩔 수 없이 그만두어야 했는데, 그렇게 경쟁적으로 시작했던 교회나 다른 기관에서 하던 독거 어르신 밑반찬 돕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중지된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 생각해 보면 정말이지 몹시 아쉽고 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웃교회에 대한 경쟁심리로 무슨 봉사활동을 한다는 것도 우스운 일지만, 더욱이 이처럼 못난 교회들의 숨기고 싶은 사정을 다 알고 있는 지역 주민들에게는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聾)